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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결혼하셨어요?

[LA중앙일보] 발행 2006/11/1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6/11/16 18:11

정연진 한류포럼 디렉터

"결혼하셨어요?" "아이는 몇이세요?" 사업상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대할 때나 이 곳의 한인들을 대할 때면 공적인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해온다.

처음 만난 타인이 결혼을 했으면 어떻고 안 했다면 또 어떠리 하고 넘겨버릴 만한데도 왜 그리 남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지 나이는 몇인지 결혼은 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자녀는 몇인지 배우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진다.

만약 미국인에게 이처럼 물었다면 사생활 침해로 예의에 어긋난 일이기 때문에 아예 묻지도 않고 물론 대답도 아니 하겠지만 미국에서 20년이 넘게 산 나만 해도 처음 만나는 한인을 대하면 이러한 신상명세가 자못 궁금해지니 나도 영락없는 한국 핏줄임을 속일 수 없는가 보다.

왜 우리는 남의 개인사에 관심이 많은 걸까.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민족성 탓일까?

한국인들은 나와 다른 것을 보면 일단 나와 같은 것을 찾아내 동질감을 느끼길 좋아한다. 그리고 끼어드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배제 당하면 참을 수 없고 내 일이 아니어도 기어이 참견하고야 만다. 남의 제삿상에 가서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남에게 참견하지도 않을 뿐더러 참견받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영어에서 매우 자주 듣는 표현 중 하나도 참견하지 말하는 'Mind your own business!" 가 아닌가. 너와 나라는 경계의 구분이 확실한데다 독립심이 강하기 때문에 남이 내일에 참견하는 것은 불필요한 간섭이며 엄연한 개인 영역의 침해이다.

우리가 이렇게 타인의 일상에 끼어들고 싶어하는 이유는 아마도 뿌리 깊은 공동체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왔던 경험이 무의식 속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도 어떻게든 나와 같은 것을 찾아내어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집어 넣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사업도 맨정신으로 하기 보다는 저녁을 먹으면서 거나하게 술을 한 잔 걸치면서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너와 나라는 경계를 허물고 상대방과 동질감을 높여 놓은 상태라야 사업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

참견하는 것을 좋게 해석해 보면 타인에 대해 관심과 배려가 많다는 뜻이다. 처음 보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가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하면 어른들은 '누구 소개해 주어야겠다' 라는 말을 쉽게 한다. 항상 나와 너라는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가 앞섰던 우리 문화이기에 처음 만난 타인도 '우리'라는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한편 남이 뭘하건 간에 아무 상관없다는 'Who cares?" 라는 말이 입버릇 처럼 되어 있는 미국 사회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때로는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한다.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냐 하는 철학이 기본으로 깔린 사회에서는 개인의 소외 정신적 공황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의 개인사에 호기심을 표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우리 스스로 못된 습관이라고만 몰아치지 말자. 영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끈끈한 '정'도 이러한 공동체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일테니까. 다음에 누가 '결혼하셨어요?"라고 물으면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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