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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칼럼]스페인이 사랑한 이베리꼬 하몬 (Iberico Jamon)

흑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후 오랜시간 그늘에서 말린 슬로우 푸드가 하몬(Jamon)이다. 스페인 최고의 국민 음식 중 하나로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국민 먹거리다. 습기와 기름기가 쏙 빠진 하몬은 겉은 거무튀튀하지만 회를 뜨듯이 긴 칼로 얇게 저며 접시에 담아 놓으면 핑크 빛이 감돌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감미로운 향이 가득하다.

돼지 고기를 염장 건조한 음식(Dry cured Ham)이 스페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빠르마(Parma) 지방의 쁘로스꾸이또(Proscuitto)가 유명하고,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선 쁘레준또 (Presunto), 프랑스에선 잠봉 드 베욘(Jambon de Bayonne)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스페인 하몬의 양대 산맥이 하몬 이베리꼬(Iberico)와 하몬 쎄라노(Serrano)로 나눠진다. 단연코 이베리꼬 하몬이 더 맛있고 더 비싸다. 이베리꼬 하몬에는 여러 등급이 있는데, 최고 등급을 ‘하몬 이베리꼬 베요따’ (Jamon Iberico Bellota)로 부른다. 애기 흑돼지를 참나무 숲에 방목하여 자연산 도토리(Bellota) 만을 먹이며 키운다. 산 중턱 아래 맑은 시냇물을 먹기 위해 오르내리다 보면 비계는 쏙 빠지고 튼실한 다리 근육이 생기면서 뒷태가 예뻐진다. 불포화 지방산 가득한 최상급 ‘빠따 네그로’ (Pata Negro) 가 된다.

10Kg 상당의 일등급 빠따 네그로 하몬을 사려면 4천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방목 상태에서 도토리와 곡물 사료를 번갈아 먹고 자라면 2등급이 ‘레쎄보’ (Recebo) 하몬이 되고, 돼지 우리에 갇혀 곡물 사료만 먹고 자란 것은 3등급 ‘쎄보’(Cebo) 하몬으로 맛과 가격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하몬 쎄라노(Serrano)는 흰돼지 뒷다리를 염장 건조한 것인데, 이탈리아 빠르마 지역의 쁘로스꾸이또와 비슷하다. 앞다리로 만든 하몬을 빠레띨랴 (paletilla)로 부르고, 돼지 목살로도 하몬을 만들지만 이베리꼬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이 처진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겨울 김장을 담그듯 스페인 미식가들도 이베리꼬 하몬을 염장하기 시작한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뒷다리 돈피 일부를 V 자로 벗긴 후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핏물을 빼기 위해 정성껏 눌러 맛사지한다. 바다 소금에 완전히 잠길 정도로 염장하여 2주동안 습기를 제거한다. 흐르는 물에 염기를 씻어 낸 후 섭씨 0도의 저온에서 40일간 숙성 시킨다. 이후 서늘하면서도 건조한 자연 바람에 수년동안 내어 맡기면 명품 하몬이 서서히 완성되어간다.

하몬의 겉 표면을 길 다란 칼로 살짝 거둬내면 선홍빛 빨간 하몬 속살이 비로서 드러난다. 장미꽃 잎 처럼 얇게 저며 비스킷이나 바게트 빵에 올려 먹으면 입안엔 향긋한 냄새와 부드럽게 씹히는 고급스런 황홀함으로 가득 고인다.

다가오는 독립기념일 연휴에 평소 고마운 분들을 초청하여 스페인식 상그리아 (Sangria, 과일 섞은 포도주)와 지중해식 풍미가 가득한 이베리꼬 하몬으로 고마움을 전해보면 어떨까….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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