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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문제 풀어주고 5~50달러 받는다

인기끄는 '질문 공유·숙제사이트'의 역기능

고교수학부터 대학에세이까지 유료'해법'
문제풀이 넘어서 숙제 대신해주기 '성행'
과제 해결 가능하지만 실력 향상엔 의문
학생들 우버식 평점으로 튜터 통제 폐해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의 참 의미는 서비스를 해주고 돈을 받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공유의 의미는 실생활에 만연해 있는 자원의 쏠림을 분배해주는 순기능이다. 집에 있는 빈방 하나를 그냥 놀리기 아까워 하던 차에 누군가에 빌려주고 약간의 사례(혹은 보상)를 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잉여 자원의 공유란 의미다. 우버는 승객과 드라이버가 고객이고 에어비앤비는 투숙객과 집주인이 고객이다. 이와 유사한 포맷으로 구축돼 과외교사(튜터)와 학생이 고객인 비즈니스가 지식 공유를 표방한 숙제사이트다. 최근 여러 매체에 지적되고 있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들의 역기능을 알아봤다.

지식 공유의 기본 형태는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아는 정보를 온라인에 올려서 해결책을 찾아주겠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스터디풀(studypool.com)은 개념이 조금 다르다.

만약 무엇을 모르는지도 잘 몰라서 혹은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을 몰라서 망설이는 것이 문제라면 아예 막힌 문제를 직접 공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2014년에 설립된 스터디풀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미 자동차, 빈 방, 소파를 필요한 사람과 나눠 쓰며 효용을 창출하고 수익을 나누는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가 여기저기에서 성공했기에 교육에 필요한 지식도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서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리처드 워브는 자신이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들었기에 가장 어린 나이에 1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사업가가 됐다.

6000만 명 이상을 유치한 에어비앤비만큼의 성공은 아니지만 스터디풀도 빠르게 시장에 정착, 고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3월까지 스터디풀을 이용한 학생은 4만 명, 등록된 질문은 15만 개나 됐고, 그후 1년도 되지 않아 100만 개 넘는 질문이 해답 혹은 그 해답을 설명해줄 수 있는 튜터를 찾아갔다고 발표했다.

학생에겐 궁금증이 끊임없이 생기고 늘 해법을 찾는 데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지식을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물론 해결책을 준 사람들에게 개당 5달러에서 50달러까지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고 스터디풀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지식을 나누고 돈을 버는 튜터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실제 튜터를 하려면 학생을 찾아서 만나야 하는데 스터디풀의 문제풀이는 만나지 않고도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다. 학생들도 실제 만나는 튜터에게서 배우는 것보다 싸다.

그런데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어떤 서비스의 질을 따지면 끝나지만 스터디풀을 비롯한 온라인 과외 교습 서비스는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리포트 베끼기 등 부정행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어 문제다.

스터디풀에 올라오는 질문은 고교 수학 퀴즈부터 대학교 에세이 과제까지 다양하지만 아예 노골적으로 문제를 대신 풀어달라거나 에세이를 대신 써달라는 요청은 수준을 불문하고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학생의 경우 튜터에 대한 평가 기준도 확실하다. 그 숙제 때문에 성적을 나쁘게 받았거나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았을 경우 평가를 나쁘게 하고 반대로 성적이 잘 나오거나 의심없이 과제가 통과된 경우엔 좋은 평가를 준다. 이런 평점은 우버의 드라이버와 마찬가지로 튜터에게 중요하다.

자신의 전체 수입 중 10% 정도를 스터디풀에서의 과외 활동으로 올린다는 한 튜터는 "게시되는 질문의 30% 정도만 정말 모르는 걸 설명해 달라는 것이고 나머지는 아예 과제를 대신 해달라는 요청"일 것으로 추정했다.

스터디풀은 학생이 튜터에게 주는 돈의 2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사이트가 좋은 평판을 얻게 되자 더 많은 학생이 질문을 올리고 질문에 답을 주고 돈을 벌려는 튜터도 더 늘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질문당 평균 대기시간도 3분대로 줄었다.

저렴한 가격에 궁금증을 해결하고 문제풀이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명백한 단점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 플랫폼이 실제로 학생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의 효과는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정보나 데이터를 공유하고 옮기는 장터를 마련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지식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교육현장으로써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모두가 정직하게 행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편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에 대한 정답이나 성적을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쳐서 얻으려 하는 대신 돈을 주고 사려는 학생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온라인상에는 스터디풀 말고도 아예 튜터와 학생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고 화상채팅을 통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1대1 개인과외 교습부터 아예 이 서비스를 교육구 단위에서 채택해 일선 학교에 도입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교육과 기술의 제대로 된 조합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새 기술은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을 만들어 보급할 기회이기도 하다. 새 기술이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부정행위가 만연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학부모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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