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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헛발질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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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6/07/0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7/04 21:48

안유회 / 논설위원

대선 구도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로 좁혀지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 여론조사 횟수가 늘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여러 여론조사에 나온 지지율의 평균을 추적하는데 이에 따르면 현재 클린턴은 트럼프를 5.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시간을 한 달 전쯤인 5월 25일로 돌리면 트럼프는 이날 처음으로 클린턴을 앞섰다. 격차는 0.2%포인트로 미미했지만 트럼프에겐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클린턴을 앞지른 여론조사 결과는 여럿 있었지만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한 평균 지지율에서 클런턴을 누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율은 곧바로곤두박질쳤다. 6월 들어 실시된 지지율 여론조사는 모두 23건. 이 중 트럼프 우세로 나온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짧은 역전과 긴 추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트럼프의 헛발질 때문이다. 하나는 트럼프대학 사기사건을 담당한 곤잘레스 쿠리엘 판사에 대해 "멕시코 출신이어서 나를 증오하고 있다"며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 또 하나는 올랜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내가 옳았다고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발언으로 분노를 산 것이다.

시기적으로 트럼프의 지지율 추락과 관련된 것은 이 두 개의 코멘트다. 트럼프가 얼마나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헛발질을 했는가는 두 후보의 평균 지지율 곡선을 보면 명확하다.

4월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후보 확정 기세에 힘입어 39%대에서 43%대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힐러리는 50%대에서 43%대로 떨어지며 트럼프에 0.2%포인트 역전당했다. 변수가 없었다면 치고 올라가는 트럼프의 기세와 클린턴의 하락세가 교차하며 격차가 크게 벌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정적 헛발질 이후 트럼프는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른 기울기로 추락했다. 주목할 것은 트럼프의 헛발질에도 클린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 다만 막판에 절벽에 가까운 형세를 보이던 하락세가 멈췄을 뿐이다. 그 이후 지지율은 옆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두 사람의 비호감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두 사람의 비호감은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해 힐러리 60%, 트럼프 70%까지 올라섰다. 한 후보의 헛발질이 다른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전이되지도 않을 정도로 비호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클린턴이 헛발질을 했다. 지난달 27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피닉스 국제공항에서 로레타 린치 연방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이메일 스캔들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린치 장관과 수사 대상자의 남편이 만났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규정을 어기고 개인 이메일 서버로 공무를 수행했다는 의혹으로 극단적인 경우 후보 자격 논란까지 일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배나무 밭에서 갓 끈을 매는 시늉도 하지 말아야 할 민감한 시기에 배를 따는 동작을 한 셈이다. 수사에 압력을 넣거나 수사 현황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당연하다.

헛발질이다. 트럼프의 헛발질이 심할까, 클린턴의 헛발질이 더 심할까? 이번 일로 클린턴의 지지율도 트럼프처럼 떨어질까?

이번 대선은 '누가 비호감이 덜한가'의 대결이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이젠 '누가 헛발질을 덜하느냐'의 대결이냐는 비아냥이 나올 법도 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의 말조심이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메일 건으로 기소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번 회합을 지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단언하지 않았다. 비난도 아니다. "가능성이 높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형식을 취했다. 선거 책임자를 바꾼 효과인지, 학습효과인지 정치인의 말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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