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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의사 건립 막아낸 베트남커뮤니티

박낙희 / OC취재팀 차장

오렌지카운티에는 2010년 연방센서스 기준으로 한인 인구(8만7697명)의 두 배가 넘는 18만3766명의 베트남계가 거주하고 있다. 특히 OC의 한인타운인 가든그로브시에만 한인(5717명)의 8배에 육박하는 4만7331명이 살고 있다.

이 같은 인구파워는 곧바로 정치력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계 커뮤니티는 정치력 신장이 미국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역적으로 몰려 거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최근 베트남 커뮤니티의 힘을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16일 가든그로브 커뮤니티 미팅센터에서 열린 장의업체 진출 허가와 관련된 공청회에서다. 공청회는 웨스트민스터의 유명 장의사가 가든그로브 불러바드 선상에 2개의 화장시설을 포함한 화장터, 시신보관소, 장례식장 등을 갖춘 장의사 개업을 위해 2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오피스빌딩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마련된 것이었다.

지난달 2일 1차 공청회에 250명이 참석한데 이어 이날 2차 공청회에도 400여명의 베트남계 주민들과 언론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공청회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방송시설이 갖춰진 2개의 대형 강당이 추가로 마련됐다. 공청회장 뿐만 아니라 옥외에서도 주민들이 장의사 설립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한편 주차안내를 비롯해 언론매체 기자들을 전담해 안내까지 해줬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공청회는 30여명의 주민들이 발언에 나선 탓에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장의사측에서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서너명과 한인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베트남계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장의사 설립 승인을 반대하는 이유로 화장시 발생하는 개스에 유독물질이 함유될 수 있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지역 주택가치 하락, 교통체증 유발 등을 내세웠다. 또한 주거지 인근에 화장터가 있는 것을 터부시한다는 문화적인 이유도 있었다.

발언에 나선 베트남계 주민들의 면모를 보면 대학에서 환경문제를 전공한 학생부터 스몰비즈니스 업주, 주부, 노인까지 다양했다.

특히 20여명의 대가족이 함께 나와 가족들의 건강보장을 위해 승인해 주지 말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80세가 넘은 백발 노인은 딸을 통역으로 데리고 나와 베트남어로 이민 후 정착해 살기까지의 이야기를 늘어 놓기도 했다. 또한 자녀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며 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주민은 "오늘 이 자리에는 초등생부터 노인까지 당신들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누가 주민들의 건강보다 업주의 이윤을 대변해 줬는지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며 위협성 발언까지했다.

1차 공청회에 장의사 입주 건물 인근의 노인아파트 주민회의 대표 4명만이 참석했던 한인커뮤니티에서도 베트남계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에 놀라 2차 공청회에는 노인아파트 주민회와 입주자를 비롯해 한인회, 노인회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반대 여론에 결국 7명의 시커미셔너들은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승인안 거부를 결정하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공청회장 곳곳에서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민들이 공청회장을 나가면서 시커미셔너들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며 감사를 표시하자 장시간 공청회에 지친 커미셔너들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부모와 함께 참석했던 초등생까지도 판결 소식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게 바로 현장 교육이자 풀뿌리 교육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가 참여해 목소리를 높여 성취의 기쁨을 누리는 베트남 커뮤니티와 소극적인 참여로 그친 한인커뮤니티의 모습이 교차돼 부러움과 아쉬움이 남는 공청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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