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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이민부모, 소아정신병 공부하자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20여명의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이 한국에서 왔다.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연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전역을 통틀어 겨우 8000명의 멤버를 갖고 있는 소아정신과 의사의 숫자를 감안해 본다면 점차 늘어가는 한국소아정신과는 막강한 힘이다. 연구 논문의 발표도 차츰 활발해지고 있다.

부모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어린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이런 엄마와의 깊은 관계 중에서 유전적 심리적 요소도 아주 중요하지만 엄마가 자랐던 배경이나 사회 환경을 무시하고서는 아이를 이해하기 힘든다. 그러니 이민으로 구성된 이 나라에서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신건강의 이해나 치료에 절대적이다.

1994년에 제정돼 출판된 '정신병 진단 및 통계열람 4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Illness IV)안에 한국인에게서만 발견되는 '홧병'이나 '신병'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크게 보아서는 '우울증세'나 '불안장애'에 속하지만 한국인들은 마음의 아픔을 몸의 아픔으로 표현하는 수가 많다.

물론 무의식적인 민족특유의 습관이리라. "목안에 불같은 덩어리가 오르내리고 가슴이 터져서 숨이 막힐듯하고 오금이 저리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고 눈앞이 캄캄하고 입을 열어도 말소리를 낼 수 없고 공연히 나른하고 입맛이 없고…." 이민1세 한인 어른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들이다. 중국인의 코로(KORO) 멕시코인의 네르비오스(Nervious) 말레시아인에겐 아목(AMOK) 증상이 같은 진단열람에 기재돼있다.



미국에서 수련 받은 의사들은 그래서 늘 환자들의 어린시절 두고온 고향에서의 영향에 귀를 기울인다. 왜냐하면 감정 조절이나 아픔을 이기는 방법들을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찾아가는 고국에서 이즈음 활발하게 소아정신과에 대한 이해가 높아가는 것을 발견한다. 특히 자폐증에 대한 지식은 '마라톤' 등의 영화나 미국 영화인 '레인맨'(Rain Man) 등을 통해 더욱 잘 알려져 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이 '대뇌의 병'을 앓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서 한국의 부모들은 유아학교나 놀이방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하면 각성제를 써서 주의집중을 도와주고 행동항진 증세를 조절하여 이들이 특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5월 나는 한국의 장애아학교 교사들과 부모들로부터 '항정신제' 사용에 대한 강의를 부탁받았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이민 부모들이 "약은 절대로 쓰고 싶지 않아요!"라며 자신없어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지식이 없으면 새로운 위기를 헤쳐나가기 힘들다.

한국의 현대 부모들처럼 이곳 이민1세 부모들도 정신병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필요한 결정을 자신이나 환자인 자녀들을 위해 과감하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병이나 마음의 병은 기대치 않을 때에 온다. 이를 위해서 대비하고 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용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모로서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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