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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피로 쓴 'RB' 뜻

[LA중앙일보] 발행 2016/07/1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7/10 16:47

댈러스 경찰 저격범 마이카 존슨은 '폭탄 로봇'에 의해 사망하기 직전 엘센트로 칼리지 주차장 건물 벽에 자신의 피로 'RB'라는 글을 적었다. 피로 썼다는 것은 그가 폭발로 인해 부상을 당했고, 숨지기 직전 자신의 몸에서 혈액을 찍어내 이 글자를 썼다는 의미다.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다. 무슨 뜻이란 말인가.

용서받을 수 없는 존슨의 범죄 속에서 사슴 눈을 가진 '쿤타킨테'가 이글거렸다. 70년대 후반 방영된 '뿌리'는 미국과 한국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각각의 장면과 내용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목에 사슬을 건 주인공 쿤타킨테의 분노 서린 모습은 뚜렷하다. 또 하나, 쿤타킨테가 죽은 뒤 그 딸이 아버지 묘비에 새겨진 이름 '토비'를 지우고 본명 '쿤타킨테'를 새겨넣는 장면이다. 토비는 백인 주인이 노예에게 명명한 이름.

2008년 대선 기간 중에 흑인사회에 회자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널리 유포된 문장이 있다. "로사가 앉았기 때문에 마틴이 걸었고, 마틴이 걸었기 때문에 버락이 달렸고, 버락이 달렸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날 것이다." 로사는 로사 파크스다. 1955년 12월 1일, 42살의 그녀는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했고,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마틴은 마틴 루터 킹. 그는 이에 대항해 1년이 넘게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을 이끌었고, 결국 흑인 인권운동의 기념비적 연설인 'I have a Dream'을 외쳤다. 버락(오바마)은 대통령이 됐고, 이후 흑인의 후손들은 현실을 뛰어넘어 비상할 할 것이라는 희망의 예언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루이지애나 배턴루지 편의점 앞에서 CD를 팔던 앨턴 스털링은 경찰관 2명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수 발의 총을 맞고 숨졌다. 업주는 "6년간 그를 알았지만 단 한번도 분란이나 싸움을 일으킨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편의점을 매일 수차례 들락날락하는 우리로서는 편의점 앞 구걸인들이 큰 위험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6일 미네소타에서는 필랜도 캐스틸이 교통 단속에 걸려 면허증을 꺼내다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캐스틸은 교육구에서 15년 가까이 학교 급식 담당관으로 일하며 전과 기록도 없다.

스털링과 캐스틸의 공통점은 쿤타킨테의 후손, 흑인 남성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저가항공사 스피리트항공이 이중 예약으로 좌석 배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승객 7명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했다. 그들 모두도 흑인이었다.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이 140여 년 전에 법제화됐지만 이후에도 흑인들은 '짐 크로(Jim Crow)' 법으로 괄시·차별당했다. 1830년대 코미디 뮤지컬에서 백인 배우가 연기해 유명해진 바보 흑인 캐릭터 이름, 짐 크로 법은 60년대 중반 폐지될 때까지 흑인들을 여전히 쿤타킨테의 후손으로 옥죄었다. 이 법은 1896년 연방대법원이 '분리됐지만,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는 미국 사법체계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코미디 같은 판결(합헌)을 내리게도 했다.

댈라스 저격범이 마지막 피로 남긴 'RB'는 'Respect Black(흑인을 존중하라)'로 여겨진다. 'RB'가 통하지 않을 때는 결국, '폭탄 로봇'이 해결책일 수 밖에 없다. 두렵다. 그 다음은 '검은 폭발'이기 때문이다.

부유한 백인의 상징 베벌리힐스와 가난한 흑인의 상징 사우스LA의 중간지대에 있는 한인사회에게, 200년 전 제인 오스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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