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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빈곤은 재앙이다'

김완신 문화부장

연말이 되면 더욱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이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샤핑과 파티를 다니며 '축복' 가득한 이 계절을 향유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연말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빈부의 차이는 어른 세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예외가 없다.

올해 연말 미국 아이들의 장난감 선물 목록에 5만달러의 로봇이 등장했다. 리모트 콘트롤로 조정되는 첨단 장난감이다. 가죽시트에 스테레오 시스템까지 장착된 장난감 차도 3만60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 금액이면 일반 승용차를 사도 고급차를 살 수 있다.



물론 이런 장난감들이 극소수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거액의 장난감은 그만큼 미국 아이들이 부자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반면 제3세계 빈국의 아이들은 올 연말 선물로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연말을 맞아 한 아동구호단체에서는 후원자들에게 '양 한마리'와 '우물파는 비용'을 기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양 한마리'는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에게 하루치의 젖을 공급해주고 '우물' 하나를 파면 마을 주민 모두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할 수 있다.

부유한 나라의 아이들이 MP3와 값비싼 게임기를 갖고 놀 때 이들 국가의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주어져야 할 양식과 식수를 '선물'로 고대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국가간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나라에서도 엄연히 가진 자와 못가진 자는 존재하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수천만달러의 저택에서 호사를 구가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풍요의 그늘에서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더욱 문제는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서 의사 교수 등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부자들이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손에 쥐려고 직업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한정된 재화가 부유층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빈곤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UCLA건강정책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가주 빈곤층 주민의 34%는 먹을 것을 염려하는 수준에 처해 있다.

빈곤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재화가 적절히 분배되지 못해 발생하는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수백만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면 분명 재앙은 재앙이다. 분배의 불균형으로 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계층과 없어서 궁핍한 계층이 공존한다.

프란시스 무어 라페가 공저한 '세계의 기아: 12가지 신화(World Hunger:Twelve Myths)'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65억 세계 인구 모두에게 하루 3500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풍족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아가 발생하는 것은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빈곤의 인간이 만든 재앙이고 그 원인이 잘못된 분배에 있다면 해결책은 한가지다. 서로 나누는 것이다. "부자는 돈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의 노고를 먹고 산다"는 러시아의 속담 처럼 부자는 빈자로 부터 받은 것을 나눠야 한다.

불우한 이웃을 돌아 보아야 할 연말이다. 가진 것을 나누고 그 안에 사랑까지 담는다며 올 겨울은 더욱 따뜻한 계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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