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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탐지용 로봇에 폭탄 실어 투입…리모컨으로 쾅

집게 손, 연장 가능한 팔, 바퀴 달려
"경찰 위기 상황…최후 수단이었다"
NYT "경찰 이미 지나치게 군대화"
대량 살상용 킬러로봇 등장 우려도

지난 7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백인 경찰 12명을 저격하고, 5명을 사살한 참전 용사 출신 마이카 존슨은 현장에서 폭살됐다.

무장한 채 도심 주차장에 숨어 대치 중이던 그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폭탄 로봇(bomb robot)'을 투입했다.

댈러스 경찰은 로봇의 팔에 폭탄을 실어 존슨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 뒤 리모컨으로 폭탄을 터뜨렸다.

앞서 경찰은 범인과 총격전을 벌인 뒤 수 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존슨은 협상 과정에서 "백인들, 특히 백인 경찰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며 최근 백인 경찰들의 잇따른 흑인 사살에 분노했다.



도저히 존슨을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경찰은 폭탄 로봇을 투입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서장은 8일 "다른 방법을 사용했더라면 경찰이 더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며 "폭탄 로봇이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공권력이 로봇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데 대한 논란은 거세다. 이 같은 로봇이 상용화될 경우 불거질 '경찰의 군대화' 문제는 물론, 언제 어떻게 로봇을 사용할 지에 대한 윤리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댈러스 경찰이 9일 공개한 폭탄 로봇은 미 방위산업체 노스럽그루먼의 계열사 리모텍이 만든 F-5 모델이다. 군·경은 물론 긴급구조 요원들도 사용하는 로봇이다.

집게 손과 연장 가능한 팔을 가졌고 바퀴가 달려 있다. 리모컨으로 원격 조종한다. 이런 로봇은 주로 폭발물을 탐지·제거하거나 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인질범과 협상 중일 땐 로봇을 이용해 범인과 인질에게 피자 배달을 보내기도 했다. 댈러스 경찰은 여기에 C4 폭탄을 실었다.

사람을 죽이는데 사용됐다는 점 때문에 '폭탄 로봇'을 둘러싼 논쟁은 대량 살상이 가능한 인공지능(AI) '킬러로봇'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자율살상무기(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로도 불리는 '킬러 로봇'은 스스로 목표물을 정하고 공격한다. 이 때문에 군인과 경찰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았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인간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는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CNN은 "(이번에 투입된 로봇은) 사람이 조종하는데다 애초에 살상용으로 개발된 군사용이 아니다"라며 "위기 상황에서 긴급하게 투입이 결정됐고 향후 사용할 계획도 없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그럼에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비대해지는 공권력에 대한 경고는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댈러스 사태가 치안 유지와 전투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로부터 로봇을 비롯한 각종 군사 장비를 공급받은 경찰이 이미 지나치게 군대화됐고, 지역 경찰이 군사작전을 벌이듯이 시위를 진압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때도 중화기를 동원한 주방위군이 투입돼 전쟁을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던 사례를 제시했다.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의 릭 넬슨 연구원은 "(댈러스 경찰의 로봇 투입은) 전투에서 무인공격기인 드론이 사용된 것과 같다. 전투의 목적은 살상이지만 경찰의 임무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의 대응은 불가피했다는 옹호론도 있다. 워싱턴대학 로스쿨의 라이언 칼로 교수는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 위험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경찰 스스로 위험을 자초할 의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UC 데이비스 법학과의 엘리자베스 조 교수는 "과거에도 긴급 상황에서는 용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권력이 용인됐다.

다만 어떤 경우를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할 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의 로봇 사용으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법과 윤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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