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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라이프] "올라" "니하오" 시니어 외국어 '열공'

노인센터 외국어 강좌 모두 인기
영어·스패니시·중국어·일본어 등
"배움에는나이없다 몸소보여줘

"하이, 굿애프터 누~운."

"곤니찌와."

"니~하오?"

"올라, 부에나스 따르데스."



수업을 오가면서 만나는 학생들이 자신이 배우고 있는 언어로 정겹게 오후 인사를 건넨다. 귀에 익숙한 말도 있지만 처음 듣는 생소함이 느껴지는 언어가 나오면 서로 물어가며 한마디라도 외워 사용해 보려는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배움을 멈추는 사람은 20세건 80세건 누구나 늙은 것이다. 하지만 배움을 지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젊음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나이에 무엇을 배우고, 또 배워서 어디에 쓰게…"라고 말한다면 이들은 빨리 관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이곳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보면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들은 배움을 통해 노년 생활을 더 풍요롭고 알차게, 그리고 더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반의 한 할머니는 "인생의 황혼기는 배움의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한인타운 노인 및 커뮤니티 센터(이하 노인센터, 이사장 박형만)가 LA한인타운 내 종합 문화센터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각종 외국어 강좌는 인기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올라(Hola·안녕)" "부에노스 디아스(Buenos Dias·아침 인사)" "부에나스 따르데스(Buenas Tardes·오후 인사)" "부에나스 노체스(Buenas Noches·저녁 인사)"

지난 5일 첫 수업을 시작한 스페인어 기초반 강좌는 첫 시간부터 뜨거웠다.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수강생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소리로 열심히 따라 읽는다. 100명이 넘는 학생의 평균 나이는 70세는 족히 되는 것 같다. 이날 강좌에는 105명이 등록했다.

강사는 히스패닉인 헬레나 베르가라씨. 원어민 강사의 강좌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인어 알파벳을 한글발음으로 적은 부교재를 나눠주고 차분하면서도 쉬운 영어로 지루하지 않게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옆에 통역을 담당한 한인이 서 있지만 거의 통역에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쉬운 영어로 알아듣기 쉽게 강의를 해나갔다.

"A는 아, B는 베, C는 쎄, D는 데…" 스패니시에서 H는 묵음이어서 소리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자기 이름을 예로 들며 "영어로 내 이름은 헬레나이지만 스페인어로는 엘레나라고 부릅니다."

크리스틴 김(65)씨는 "평소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노인센터에 프로그램이 생겼다고 해서 수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민족이 모여 사는 LA에서 스페인어로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하면 훨씬 더 재미있게 생활할 것 같다"며 "첫 시간부터 아주 재미있다"고 말하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강사의 발음을 열심히 따라했다.

"니~하오?" "이, 얼, 싼, 쓰…"

지난해 마지막 학기에는 중국어 열풍이 불었다. 100명이 넘는 어르신이 보여주는 배움의 열기는 거대한 중국대륙까지 집어삼킬 기세였다.

당시 이 같은 높은 참여 열기에 대해 노인센터 박관일 사무국장은 "외교, 경제, 군사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며 세계 2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 한인 어르신들의 관심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어 기초반의 최인환(30) 강사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등록과 관심에 놀랐다"고 반응하면서 "어르신들이 재미있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언어적인 면보다는 중국 문화와 역사를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해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본 회화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최영옥(85) 할머니는 "어릴 때 배운 한자를 아직도 많이 기억하고 있어 옛 기억도 다시 떠올리고 중국어도 배우고 싶어 나오게 됐다"면서 "이렇게 무료로 배울 기회가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명자(67)씨는 "일과 관련해 중국인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 그렇지 않아도 중국어를 배울 생각이었는데 노인센터에서 강좌를 열어 등록하게 됐다"고 말하고 "젊은 강사가 다양한 자료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서 강의를 진행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참석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형만 이사장은 "기존의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과 일본어 기초반에 이어 중국어와 스페인어 기초반 모두 예상을 뛰어 넘는 수강생이 몰렸다"면서 "장노년층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언어 강좌 개설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센터는 지난 5일부터 시작한 3개월 과정의 이번 학기에 9개 외국어 강좌 등 모두 34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어 강좌는 실용영어, 영어기본 1과 2, 생활영어, 시민권영어를 중심으로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기초반이 있다.

노인센터 프로그램은 현재 한 주에 약 1500명, 한 달이면 약 6000명의 학생이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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