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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흑백갈등 넘어 '흑백전쟁'으로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사람들은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정당한 법집행을 하는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고 삿대질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술을 마시고 기분이 나쁘다며 경찰서 문을 걷어차고 행패까지 부린다. 몇해 전 서울에 갔을 때 탔던 택시가 숭례문 근처에서 경찰차의 정지명령을 받았다. 운전기사는 대수롭지 않게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고 달렸다. 얼마 후 택시는 뒤쫓아 온 순찰차에 의해 세워졌고 경찰이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총을 들이대고 수갑이라도 채워 체포할 사안이었지만 교통경찰의 한마디는 너무 공손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정지지시를 받았으면 멈추셔야죠."

미국에서 공권력의 권위는 엄중하다. 경찰이 좋은 예다. 국가가 국민에게 명령하고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공권력이다. 미국은 인구비율당 재소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사법권과 이를 집행하는 공권력이 강력하다는 뜻도 된다. 권위는 공권력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지난 7일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 총격사건 시위현장에서 마이카 존슨의 매복 조준사격으로 백인 경관 5명이 살해됐다. 범인 존슨은 흑인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군 출신이다. 군에서 훈장까지 받았고 테러조직과도 관련이 없다. 평소 백인 경관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백인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키워왔다.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는 중에 격렬한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계획된 범죄로 공격 대상이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존슨의 백인 경관 총격살해에 대해 CNN방송은 '내전상태(Civil War)'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백인 경관 총격사건은 인종갈등에서 비롯됐다. 인종간 갈등으로 생기는 분노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돼 왔지만 대부분 우발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발산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기를 준비했고 저격 장소까지 미리 탐색하는 면밀함을 보였다. 공권력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이었다.

민주사회 국민은, 공권력을 사법기관에 부여한 주체이면서 동시에 공권력이 집행을 따라야 하는 객체다. 다시 말해 정당한 방식으로 집행되는 공권력의 행사를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백인 경관 살해는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흑인사회의 저항이다.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재소자수를 보면 백인은 450명, 히스패닉은 831명, 흑인은 2306명이다. 흑인 인구는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재소자 수는 월등히 많다. 지난 8일 평등정책센터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흑인이 경찰 총에 맞을 확률은 백인보다 3.6배 높았다.

경찰의 검문과정에서 흑인 용의자가 사살됐을 경우, 경찰의 인종에 따라 사건의 본질은 달라진다. 경찰이 백인일 경우 범죄 사실은 희석되고 인종문제가 불거진다. 흑백갈등은 흑인 대통령 오바마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국에 내려진 '원죄'와도 같다.

내전은 공권력이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번 총격이 9·11 이후 경찰이 가장 많이 사망한 사건이라고 하지만 9·11은 테러로 공권력을 겨냥한 미국 시민의 범죄는 아니었다.

백인 경관 저격사건 이후 유사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자신의 집앞을 지나는 차에 총격을 가하던 남성이 출동한 경찰에게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시간주에서는 교도소로 호송되던 범인이 법원 집행관의 총기를 빼앗아 집행관 2명을 살해했다. 11일 뉴욕에서는 경찰에게 권총을 겨눴던 흑인 절도용의자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했다. 미전역에서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를 외치는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흑백갈등을 넘어 '흑백내전'으로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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