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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처칠이 페니실린 맞고 살았다고?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나는 오늘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정보시대에 우리들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6년 반 전 새해에 나는 구노의 아베마리아와 조선 순교자 이야기를 내 글에 조금 비쳤다. 당시 떠도는 이야기의 부실함을 짚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 이야기의 부정확함을 이미 지적한 분들이 있는데도 같은 이야기는 지금껏 떠돌고 있다.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조선을 위해 쓴 것이다. 그는 신학교 때의 친구 앙베르 주교가 기해박해 때 순교한 소식을 듣고 이 곡을 썼다'는 것이다. 참 감동스러운 얘기다.

그러나 구노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에서 아베마리아를 편취해서 만들었지 작곡한 것은 아니다. 그때가 1859년이었는데 기해박해는 그보다 20년 전의 일이다. 또 앙베르 주교는 구노보다 약 20살 연상이어서 신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내용도 맞지 않다. 조선 교구 5대 주교인 다블뤼 주교와 당시 순교한 신학교 동료 10명을 위해서 썼을 것이라는 설이 옳다. 실상 구노는 한국 순교자들을 위해 '무궁 무진세에'라는 단 하나의 곡을 썼다.

말이 나온 김에 다른 것도 더 언급하고 싶다.



처칠 총리와 페니실린을 발명한 알렉산더 플레밍 박사 간의 인연 이야기이다. 떠도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플레밍 박사의 아버지는 물에 빠진 어린 처칠을 구해 준다. 가난했던 플레밍과 우정을 키웠던 처칠은 그가 의사가 되는 데 도움을 준다. 훗날 폐렴에 걸려 죽을 수도 있었을 처칠은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 주사 덕분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레밍의 전기 '페니실린 맨'을 쓴 케빈 브라운은 플레밍 본인이 이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동료와 친구들에게 글로 알린 바 있다고 서술했다.

또 하나의 팩트는 처칠이 1943년 튜니시아에서 맞았던 주사는 설폰아마이드라는 독일 베이어 회사가 개발한 항생제였지 페니실린이 아니다. 당시 영국은 독일과 전쟁 중이었으므로 영국의 자랑인 페니실린을 맞고 쾌유했다는 오보를 정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립기념일을 맞이하면서 '진혼곡의 유래'라는 글이 배달됐다. 요지는 이렇다. 남북전쟁 때 북군에 속해 있던 아버지가, 아버지 몰래 남군이 되어 싸우다 죽은 아들을 전쟁터에서 보게 된다. 아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악보를 발견한다. 그것이 탭스(Taps)라고 하는 미군의 소등 나팔곡 (때로는 영결 나팔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허위라고 밝힌 기사를 '웨스트포인트 커넥션'이라는 육군 사관학교 잡지에서 읽었다. '탭스'는 오랜 세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듣는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곡으로 변하게 되었고 원래 작곡자는 정확하지 않다. 또 이야기 속의 아버지 이름은 군대 기록에 없다고 판명된 바 있다.

멋 있는 '탭스'를 감상하려면 유튜브에 들어가 '지상에서 낙원으로'라는 1950년대의 흑백 영화를 찾으면 된다. 등장 배우들의 숙연한 연기 외에도 땅 위의 생명들과 영원으로 떠난 영들을 위로하는 '탭스'를 가슴으로 들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넉넉한 여름, 떠도는 허위 이야기에 맘 쏟지 말고 좋은 책 한 권, 겸손한 음악과 함께 풍요로운 7월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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