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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거기는 총격사건이 없습니까?'

부소현 / JTBC LA특파원·차장

"임기 동안 너무 많은 추모식을 다녔습니다." 경찰 5명이 피격 사망한 댈러스 추모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넋두리처럼 한 말이다. 그는 무차별 총격으로 49명이 목숨을 잃은 올랜도 총기참사 현장을 방문한 지 꼭 한달만에 댈러스를 찾았다. 추모식을 챙기느라 해외 일정까지 하루 줄였고 평소 정치적 견해차로 함께 하는 일이 좀처럼 드물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동참했다.

댈러스 경찰 피격 사건은 2건의 경찰 흑인 총격 사망 사건에 이어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에서 이틀새 2명의 흑인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는데, 이 모습은 휴대폰에 찍혀 일반에 공개됐다. 교통 검문을 받던 중 경찰의 총에 맞고 피를 흘리며 사경을 헤매는 필랜도 캐스틸의 모습은 페이스북에 생중계까지 됐다.

함께 있던 여자친구가 찍어 올린 이 영상은 순식간에 미 전역으로 퍼져 흑인 사회를 들끓게 했다. 사건이 발생한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를 중심으로 흑인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피켓이 다시 등장했다.

제2의 퍼거슨 사태가 나는 건 아닌지 기사를 쓰는 동안 내내 불안했다. 여차하면 짐을 싸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댈러스에서 일이 났다. 시위 현장에 매복하고 있던 저격범이 경찰만 골라서 총을 쏜 것이다. 사방이 훤히 보이는 주차장 건물 위에서 작정을 하고 공격한 저격범의 총에 경찰 5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과 5시간 넘게 협상을 벌이던 저격범 마이카 존슨은 경찰이 투입한 폭탄로봇에 폭살됐다. 경찰은 존슨이 대치 과정에서 최근 발생한 경찰흑인 총격사건에 분노하며 경찰, 특히 백인경찰을 증오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경찰을 사살했는지 묻기도 했다니 충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많은 추모식을 다녀야 했던 것처럼 특파원으로 일하며 너무 많은 총격 사건 기사를 써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격 사건은 미국사회에서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고도 했는데, 사건이 잦다 보니 규모가 크지 않으면 이젠 기사로 쓰지도 못한다.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경찰관의 총격으로 숨진 사람은 491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백인보다 2.5배 많은 흑인이 경찰 총에 맞아 유명을 달리 했다.

지난달 30일 JTBC 뉴스룸 대중문화 인물과의 인터뷰에 배우 조진웅씨가 나왔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시그널'에서 잔머리 굴릴 줄 모르는 우직한 형사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처음에 고사했던 작품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묻자 대사 한 줄 때문이라고 답했다. '20년 후에도 그럽니까? 거기는 그렇게, 시간이 변했으면 뭐 좀 바뀌었겠죠'라는 대사를 배우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내겐 꿈이 있습니다. 나의 아들 딸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 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라는 연설로 인종간의 화합을 호소했다. 그러나 53년 후의 미국의 모습은 그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의 누군가 '거기는 시간이 변했으면 뭐 좀 바뀌었겠죠'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무차별 총격과 테러,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 기사를 막느라 그런 질문에 일일히 답할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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