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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미국이 신분제 계급사회인가?

박세용 기자

민중을 개·돼지에 비유하고 한국에 신분제를 고착화 해야 한다면서 망언을 쏟아낸 나향욱 교육부 기획정책관. 그는 최근 식사자리에서 “미국처럼 사회적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신분이) 굳어져 가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우리가 사는 미국이 신분제 계급 사회인가?

신분제 계급사회란 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사회적으로 정해진 지위 이상의 출세가 불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출신 성분으로 계급이 나뉜 북한이나 인도가 전형적인 신분제 계급 사회로, 이를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을 자본주의 계급사회라고 부르는 진보주의자들은 백인이 아닌 유색 인종들이 사회의 꼭대기 층에 이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록펠러, 카네기 가문처럼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막대한 유산으로 현재도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0.01%의 유한층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미국의 정치와 행정을 주무른다는 주장은, 일말 낭만적이기까지 한 음모론자들의 공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대통령이 흑인인 세상이다. 정치무대는 물론 각종 연구기관, 대기업에 흑인, 히스패닉, 인도계, 유대계 CEO가 즐비한 것이 오늘날 미국이다.



사회 지도층을 이루는 이들 중에 아이비리그 출신이 많다는 이유로 미국을 학력을 기반으로 한 신분제 사회라고 일컫는 이들도 있다. 오히려 미국은 수많은 주립대나 사립대 졸업자들이 각종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야말로 학력으로 생기는 ‘유리천장’이 가장 얇은 나라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이 계급사회라는 주장은 무리지만,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계층(strata)으로 나뉜 사회는 언제나 불평등(inequality)을 동반한다. 그러나 불평등이 항상 계층화 현상을 구성하거나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신분제 사회는 계층 간 이동이 단절된다.

설사 계층 사이의 불평등 격차가 작더라도 계층 간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19세기 당시 미국 사회는 인종적 계급사회였다. 당시 흑인 최상계층의 연간 수입이 백인 최하층의 그것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종 간 연간 수입의 편차를 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일 년에 수십만 달러를 버는 백인 고소득자 위에 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흑인들이 존재하는 사회는 인종적 계급사회의 요건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문구 중에 ‘노블리제 오블리주’가 있다.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를 의미하는 이 문구는 부유층의 모범적인 사회활동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쓰인다. 한국인들은 빌 게이츠를 위시한 미국 억만장자들의 사회적 선행을 ‘노블리제 오블리주’라고 부르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들을 ‘독지가’(philanthropist)로 부를 뿐 ‘노블리제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계층이라 유별나게 표현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의 상상과 달리 미국은 신분을 들먹이는 사회가 아니다.

‘재벌’이 ‘서민들’과 섞여서 밥이라도 먹는 것을 미담처럼, TV 속 드라마 대부분이 0.1%에 포함되려는 ‘개츠비’와 ‘신데렐라’의 이야기고, 정치적 입김과 돈으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크기가 5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없는 대한민국이야말로 더는 공고해 질 수 없는 계급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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