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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인 양로시설을 꼬집은 이유

김병일/사회부 부장

황혼이 주는 의미는 안식이다. 저녁 노을 물든 하늘,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인생의 황혼도 자연처럼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하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인생에서 황혼은 곧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은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다. 상당수 노년층의 바람은 아프지 않고, 치매 없이 정상적으로 살다가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다. 남은 가족과 생에 대한 마지막 미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살이다.

반면 자녀 입장에서는 노부모 모시기가 커다란 짐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힘겹게 낳아주고 금지옥엽으로 키워주신 정성을 생각하면 뭔들 못할까 싶다. 그러나 입에 풀칠하며 셋방살이하는 처지에 부모님 모시기는 언감생심이다. 결혼해 꾸린 내 가정을 지켜나가기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부모 모시기가 미주 한인사회에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노인시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이민생활에서 노부모 모시기는 한국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 집에 모시며 봉양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시설에 모시는 것도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달리 언어와 음식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LA지역 한인 양로시설에 대한 기사를 썼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일부 양로시설 관계자는 본사를 찾아 항의했다. 요지는 "왜 잘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고춧가루 뿌리느냐"였다.

반면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는 90세 가까운 한 할아버지는 "고맙다"고 전화했다. 자신도 1년여 동안 양로시설에 입주했던 경험자로서 기사에 100% 동의하며 이런 기사를 쓴 용기와 결단에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양로시설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면서 좋은 시설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양측에 모두 똑같은 말로 기사 작성 의도를 설명했다. 잘못된 점을 지적해 개선되면 한인 노인들이 조금은 더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한인사회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겠느냐고.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시설은 필수불가결이다. 금전적, 의료적, 정신적으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인 양로시설에 부모를 위탁하는 자녀 가운데는 자신이 모시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해 포기하고 시설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시설 운영자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한다. 특히 부모가 치매에 걸렸거나 다른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경우, 금전적으로 여유만 있으면 부모님 모시기와 가정의 평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부모님을 양로시설에 모시고 있다. 때문에 보호자로서 내가 느꼈던 아쉬운 부분, 그리고 기자로서 잘 모르는 많은 독자에게 진실의 한 단면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기사를 썼다.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있는 자보다는 없는 자, 강한 자보다는 약한 자 편에 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좋은 점, 긍정적인 면을 기대한 사람에게 이렇게 나쁜 일도 있다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인 운영 양로시설 전체나 일부를 매도할 의사는 전혀 없다. 하지만, 시설에서 근무하는 일부 종사자와 입주자가 느끼는 각종 문제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운영하는 시설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 나가면 되고 없다면 주의해서 더 잘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황혼을 외롭게 마무리하는 이들에게 정말 '호텔'처럼 편안한 시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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