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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음주가무와 신명 DNA

[LA중앙일보] 발행 2006/12/2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6/12/21 22:48

정연진 한류 포럼 디렉터

얼마 전 대학 동문들간에 주고 받는 이메일에 ‘미스테리 종족‘이라는 시리즈를 한 동문이 올려서 모두에게 함박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외국 기자들에게 특이하게 비춰진 한국인의 특성을 표현한 글인데, 몇가지 예를 들면, ‘음주 소비량, 양주 수입율, 교통사고 등 각종 부정적 통계에는 3위권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유일한 종족, 미국인들로부터 돈벌레라 비아냥받던 유태인을 게으름뱅이로 만들어버린 종족, 해마다 태풍과 싸우면서도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똑같이 피해를 입는 대자연과 맞짱 뜨는 종족’ 이라는 식으로 한국인의 장, 단점을 풍자한 글이었다.
사실 외국 사람들에게 경이롭게 보이는 한국인의 특성으로 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음주가무의 전통이 아닐까 한다. 직장 동료들의 모임이든 단체 모임이든 한국 사람들은 모이면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로 이어진다. 요즘 신문지면을 매일 장식하고 있는 각종 망년회 모임에서도 단연 음주 가무는 빠질 수 없다.

지금은 노래방이 발달한 까닭에 모두가 마이크를 잡고 기계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하지만, 노래방이 없었던 예전에도 정말 노래를 많이 했다. 80년대만 해도 학교 앞 막걸리집에서 학생들이 모여앉아 젓가락 장단을 반주삼아 노래하는 것은 대학가의 흔한 풍경이었다.

이제 노래방은 미국 땅에는 물론이고, 몽고, 우즈베키스탄과 같이 한국인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는 지역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 민족은 왜 이렇게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것일까.

음주가무를 즐기는 전통은 몇 십년 몇 백년이 아니라 수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민족 특유의 전통으로 한국인의 유전형질에 깊이 각인된 듯하다. 마치 우리 몸에 ‘신명 DNA’ 가 새겨져 있다고나 할까.

고대 중국인에게도 우리의 음주가무 문화가 특이하게 비춰졌음은 물론이다. 진(晋)나라의 사서 삼국지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는 “동이 사람들은 농사절기에 맞추어 하늘에 제사하고 밤낮으로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마한의 습속을 적은 위지 ‘한전(韓傳)’에는, “파종이 끝난 5월에 군중이 모여 신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음주가무 문화의 특성이라면 여럿이 한데 어울려 신명나게 노는 것에 있을 것이다. 기쁘나 슬프나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마음을 풀어버리는 신명 DNA는 한을 극복해 승화시키는 힘이자, 고난에 찬 힘든 역사를 버티어 오게 한 힘이 되었다.

어디 한국의 역사가 노래 부를 만큼 신바람이 났던가. 일제의 강점. 한국 전쟁과 남북 분단, 군사독재, 가깝게는 외환위기까지 고난의 나날들을 눈물을 흘리고 절망해야 할 때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그것을 추진력으로 버티어냈다.

각종 송년회 모임에서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 의해 한 해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해 버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 각인된 신명 DNA 를 바탕으로 우리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어떠한 일에 쏟을 것인지, 신년에는 한인 사회에 어떠한 신바람나는 일을 만들어 볼 수 있을지 함께 지혜를 모아보는 송년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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