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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백악관에 여성 대통령이 있었다고?'

김완신/논설실장

'미국에는 이미 여성 대통령이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 얼마 후 영국 BBC방송이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BBC는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을 예상하면서 그녀 이전에 백악관에서 '거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한 여성을 소개했다.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나 루스벨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농담으로 '아내(힐러리)가 엘리나 루스벨트와 대화를 한다'고 말하곤 했다. 1962년 사망한 퍼스트레이디와의 영적인 대화인 셈이다. 힐러리 클린턴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엘리나와 소통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백악관 시절 힐러리의 오피스에는 엘리나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지난해 뉴욕 이스트리버 루스벨트 아일랜드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엘리나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엘리나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시에나 대학이 역사학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이 대학의 조사에서 연속 5회 1위를 차지했다. 1921년 39살의 나이에 소아마비 진단을 받아 휠체어 생활을 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을 대신한 퍼스트레이디다. 그녀는 몸이 불편한 남편의 눈과 귀로 살았다. 하지만 단순히 남편을 '대신'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정책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다. 실제로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여러 진보적 정책과 여성 및 소수계 인권보호는 그녀의 업적이다.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와 흑인을 진정을 사랑했던 그녀의 행적은 지금도 많은 미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엘리나의 결혼생활은 남편과 여비서와의 염문으로 그다지 순탄하지 못했지만 동지적인 결합으로 이를 극복했고 후일에는 정치적 파트너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엘리나를 롤모델로 삼았던 힐러리 클린턴도 백악관 시절 내조하는 퍼스트레이디로만 있지 않았다.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오바마케어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지명됐다. 여성 대통령을 향한 출발이다. 미국 역사에서 44명의 대통령이 선출됐지만 모두 남성이었고 여성 부통령도 전무했다. 심지어 주요정당의 정.부통령 후보에도 여성은 없었다.

힐러리의 당선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2007년 1월 연방의사당에서는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취임식이 열렸다. 펠로시 의원은 취임식에서 "나는 후대를 살아갈 우리의 딸들과 손녀들을 위해 '대리석 천장'을 뚫었다"는 말을 남겼다. '대리석 천장'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한계를 상징하는 '유리 천장'보다 더 견고한 장벽을 뜻한다. 연방의회의 '천장'은 펠로시에 의해 무너졌지만 백악관 '천장'을 뚫는 것은 힐러리의 몫이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공화당전당대회의 후광으로 인기가 상승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지율이 힐러리를 앞서고 있다. 민주당 경선 관리 담당인 전국위원회가 힐러리의 경쟁후보였던 버니 샌더스의 경선 활동을 방해했던 사실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되는 악재도 만났다.

엘리나 루스벨트는 1940년 7월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처음 민주당전당대회에서 연설했고 지금 힐러리 클린턴은 최초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섰다. 76년의 시간을 넘어 진짜 여성 대통령은 탄생할 수 있을까. 백악관을 향한 힘든 '여정'이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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