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전 대통령 저격범<존 힝클리> 35년 만에 영구 석방

연방법원, 고향 버지니아주에서 거주 요청 허가
언론 취재 제한, 백악관 비밀경호국 감시 조건

1981년 범행 후 무죄 판정 받고 정신병원 수용
힝클리 "일을 하고 싶다, 선량한 시민 되고 싶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뒤 투옥된 존 힝클리(61)가 35년 만에 풀려난다.

27일 연방법원 워싱턴DC지법의 폴 프리드먼 판사는 "힝클리는 사회로 돌아가서 살아갈 준비가 됐다"며 고향인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서 살도록 영구 석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힝클리는 지난 1981년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저격한 후 수용돼왔던 워싱턴DC의 세인트엘리자베스 정신병원에서 오는 8월 5일 풀려난다. 하지만 프리드먼 판사는 "개별 혹은 집단 치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언론에 입을 열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운전을 할 수는 있지만 거주지인 윌리엄스버그에서 50마일 내에만 이동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의 감시도 받는다.

힝클리는 1981년 3월 30일 워싱턴DC 힐튼호텔 앞에서 노동자총연맹 집회에 참석한 뒤 돌아가던 레이건 당시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다. 그가 쏜 6발 중 2발이 레이건의 가슴과 오른쪽 팔을 관통했지만 경호원들의 활약으로 목숨을 건졌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인기 여배우 조디 포스터를 짝사랑했고 그녀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1982년 힝클리는 정신 이상을 이유로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병원에 수용된 힝클리는 3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983년 마지막 자살 시도 후 20년 넘게 특별한 정신병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힝클리의 가족들은 그가 더 이상 정신병에 시달리지 않는다며 석방을 법원에 오랫동안 요청해왔다.

영구 석방 판결은 이날 났지만 지난 2003년부터 외출은 허용됐다. 2006년엔 버지니아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3일가량을 보내기도 했고, 최근엔 17일을 부모님 집에 머물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날 법원의 석방 판단에 대해 로널드 레이건 재단은 힝클리의 석방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힝클리는 "TV채널이나 돌리고 있고 싶지 않다"며 "일을 하고 싶다. 선량한 시민이 되고 싶다"고 발언했다.


서한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