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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주민의 권리 찾기…정치권 결정 뒤집었다

다세대 주택 증설 허용하는
팰팍 토지 용도 변경안 상정
의견 조율 마친 시장·시의원
반대 주장에도 강행 처리 시도

한 참석자, 추가로 설명 요구
당황한 의회, 표결 보류 결정


“이 조례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26일 열린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타운의회 월례회의에서 이곳 주민 권혁만(66)씨가 시장과 시의원들을 향해 던진 질문이다. 이 한 마디가 제임스 로툰도 시장을 당혹스럽게 하고 정치권의 결정을 뒤바꿨다.

전체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한인인 팰팍에서는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마다 타운의회 회의가 열린다. 주민 중 다수가 한인이지만 회의에는 소수의 타민족 주민들만 참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회의 시작을 앞둔 오후 6시30분, 한인 10여 명이 타운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든 시선이 이들에게 쏠렸다. 한인들은 “주민으로서 의회에 목소리를 내러 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특히 이날 최종 표결이 예정된 토지 용도 변경 조례안에 대해 한인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기자에게 조례안에 대해 설명을 해 달라며 회의가 시작될 때까지 20여 분간 묻고 또 물었다.

오후 7시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는 보통 20분을 넘지 않는다. 시장과 시의원 모두 같은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이견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토지 용도 변경 조례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발언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 조례안은 브로드애비뉴와 그랜드애비뉴 사이에 있는 1~2세대 주택용 부지(AA조닝)에 3층 이내의 다세대 주택 건설을 허용하고, 타운 외곽의 산업용 부지(M1 조닝)에는 3~5층짜리 다세대 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과 시의원들은 조례안이 다세대 주택 건설이 가능한 지역을 제한해 타운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3~5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대거 들어설 경우 가뜩이나 인구 과밀 상태인 팰팍에 악영향을 준다며 강력 반대했다.

앤서니 윌리 삼보그나 전 팰팍 시의원과 수잔 브라우어 팰팍 주택소유주연합 회장 등 타민족 주민들이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특별한 입장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토론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로툰도 시장은 의견 청취를 마치고 최종 표결에 들어가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때 참석 한인들을 대표해 권혁만씨가 발언권을 달라고 손을 들었다. 로툰도 시장은 시간이 너무 흘렀다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권씨에게 발언권을 줬다.

권씨는 크리스 정 시의장에게 통역을 부탁하고 “한인들이 해당 조례안에 대해 잘 모른다. 설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발언은 로툰도 시장 등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한인이 의회를 향해 조례안에 대해 설명을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요구는 핵심을 찔렀다. 의회 시스템은 조례안에 대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필수다. 하지만 많은 한인이 영어에 대한 어려움과 낯선 정치 시스템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인들의 의견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설명도 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의원들이 당황해하자 권씨는 “조례안은 다세대 주택을 특정 조닝에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현재도 난개발 상태인 팰팍에 다세대 주택이 더 생기면 주차 공간 부족, 하수도 역류, 과밀 학급 등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씨의 발언이 끝나자 장내는 소란해졌다. 참석자 대부분이 기립 박수를 쳤으며 삼보그나 전 의원은 “(주민 다수인) 한인들도 다세대 주택 증가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브라우어 회장은 “지금 발언이 우리 요구의 핵심”이라며 환호했다.

결국 프랭크 도나휴 의원이 투표 보류를 의미하는 ‘테이블(table)’ 의사를 밝혔다. 이어 정 시의장과 이종철 부시장도 투표 보류에 찬성해 조례안은 무산됐다. 팰팍 의회에서 투표 보류 결정은 거의 없는 일인데 한인들의 소신 발언이 의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

정 시의장은 “개인적으로는 해당 조례안에 찬성한다. 하지만 주민 여론 존중이 더 중요했다”며 “의원들 사이에도 한인들의 참여가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간 한인은 이민자·주변인 등으로 여겨졌다. 아무런 요구도, 참여도 하지 않는 모습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 절반이 넘는 한인이 목소리 내면 정치권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날 확증된 셈이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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