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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1100마일 산길을 혼자 걷는 여자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북가주에서 결혼 상담가로 활동해 온 한 유명 심리학자는 젊은 시절에는 '마음이 맞지 않는 부부는 불행하게 같이 사는 것보다 이혼이 낫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중년을 넘긴 후에 그녀의 입장은 바뀌었다. 마음에 안 맞더라도 웬만하면 참고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생각이 바뀐 것은 이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던 자녀들의 정신적 타격과 그들의 일생을 따라다니는 우울증 마음의 고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혼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점에 찬성한다. 물론 이혼이 파괴된 가정에 방치된 자녀들을 구제하는 경우에는 적극 권장한다. 도박 마약 알코올 중독의 부모가 치료를 거부하며 습관적으로 배우자나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다.

이혼을 하겠다는 환자에게 내가 묻는 말이 있다. "처음 남편(또는 아내)을 선택할 때에 쓰셨던 렌즈를 바꾸지 않으면 재혼할 때에 다시 비슷한 배우자를 고를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렌즈를 바꾸시겠습니까?" 상담치료는 생각을 변화시킨다. 훌륭한 상담치료는 한 곳만 바라보던 개인의 시선을 넓혀 여러 다른 길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최근에 읽은 책 '와일드(Wild: From Lost to found as Pacific Crest Trail)'를 통해 나는 또다른 '렌즈' 바꾸는 법을 알게 됐다. 이 책은 셰릴 스트레이드란 24세의 젊은 여성이 멕시코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산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혼자 걸었던 이야기이다. 모하비 사막 근처에서 시작해 수개월에 걸쳐 걷는 동안 곰이 코앞에 나타나기도 했고 똬리를 튼 방울뱀도 만났다. 개미떼와 개구리떼의 습격도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경험은 그녀의 몸매를 아래 위로 훑어보면서 야욕을 나타내는 '인간 짐승' 젊은 남자와의 원치 않는 대면이었다고 한다.



임신으로 할 수 없이 19세에 아버지와 결혼했던 그녀의 엄마는 극심한 육체적 심리적 학대에 못이겨 이혼을 했고 50이 안된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그녀도 엄마처럼 19세에 결혼했지만 아편 중독과 문란한 성생활로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산에 올랐고 그곳에서 잃었던 자신을 찾았다.

산사람들은 그녀를 걱정하고 사랑해 주었다. 'PCT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비정하고 포악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 너무 일찍 떠난 엄마에 대한 감정 사랑하기에 헤어져야 했던 남편에 대한 죄의식 등을 그녀는 산길 위에서 정면으로 부딪치며 풀어 나갔다. 목표로 했던 포틀랜드 근교의 '신의 다리'를 지나 1100마일의 긴 여정을 마치면서 그녀는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으며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그리고 세상 사람들을 보는 렌즈에 변화가 왔으리가 믿는다. 그후 4년 만에 그녀는 자신을 끝없이 사랑해주는 남편을 만났고 그와 함께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 이 책이 발간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PCT를 향해 떠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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