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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 건드린 트럼프…"인종 차별<6월 쿠리엘 판사 논란> 이어 중대 고비"

백민정 기자
백민정 기자

[조인스] 기사입력 2016/08/01 18:17

전사한 캡틴 칸 어머니 모욕 논란
트럼프 "칸은 영웅" 한발 물러나
전사자·종교 이슈 겹쳐 수습 안 돼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에 나선 키즈르(오른쪽).가잘라 칸 부부. 파키스탄계 무슬림으로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칸은 &#39;무슬림 입국 금지&#39;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했다. [AP]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에 나선 키즈르(오른쪽).가잘라 칸 부부. 파키스탄계 무슬림으로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칸은 '무슬림 입국 금지'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했다. [AP]

'군인 위한 정당' 공화 지도부 당황
칸 아버지 "트럼프 시커먼 영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나선 이라크전 전사자의 부친 키즈르 칸이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막말 반박을 하면서 초래된 사태다.

키즈르 칸은 전당대회 연설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을 비판하며, '미국은 나의 아들이 희생한 조국'이라며 미국 헌법 책자를 꺼내 들고 '법 앞의 평등한 보호'라고 쓰인 부분을 찾아보라고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힐러리 캠프가 써준 내용이냐"며 비꼬았고, 칸 옆에 서 있던 부인을 겨냥해 "아무 말도 못했다. 어쩌면 말하도록 허락받지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인의 기본 가치인 애국주의를 무시하고, 무슬림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판론이 바로 터져 나왔다.

공화당 인사들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트럼프는 31일 트위터에 "12년 전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캡틴 칸'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고 입국 금지는 "급진 이슬람 테러조직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캡틴 칸의 아버지 키즈르 칸으로부터 사악한 공격을 받았다. 대응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사과는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지난 6월 인종 차별 소동 이후 또 한번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는 '트럼프 대학' 사기 사건을 맡은 곤살레스 쿠리엘 연방법원 판사가 멕시코계여서 공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쿠리엘 판사가 별달리 반응하지 않아 넘어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전사자의 희생을 기리는 걸 국가 존립의 근간으로 생각한다. '골드 스타'(Gold star)라 부르며 예우하고,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전사자 유해를 찾으려 애쓴다. "돌고래쇼 전에도 참전 용사가 있는지 묻고 기립박수를 쳐주는 정서가 있을 정도다"(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특히 공화당은 군인을 위한 정당(Party of military)으로 불리곤 한다. 공화당 텃밭인 남부는 애국주의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 트럼프가 전사자 가족을 모욕한 셈이다. NYT는 "트럼프가 전사자 가족의 희생, 타종교 존중 문제를 중요시하는 미국인의 규범을 저버린 격"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많은 무슬림 미국인들이 우리 군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희생했다. 캡틴 칸과 그 부모의 희생은 언제나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특정 종교인 전체에 대한 입국 금지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는 키즈르 칸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호재를 맞았다. 힐러리 클린턴은 "키즈르 칸 가족에게 트럼프가 답한 것은 그들의 희생과 무슬림에 대한 모욕과 비하 발언뿐이었다"며 "트럼프는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칸의 부인도 나섰다. 가잘라 칸은 31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아들이 죽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아들의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아들의 죽음이 여전히 고통스럽다. 그게 연설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이유"라며 "미국인 모두가 공감하는데 트럼프만 못한다"고 반박했다. 남편 칸은 CNN방송에 출연, "트럼프는 시커먼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며 "가족들이 그에게 공감이란 게 뭔지 가르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본격적인 대선 장정에 돌입한 직후 터져 나온 트럼프의 전사자 가족 모욕 논란이 트럼프에 내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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