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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증오의 일상화

[LA중앙일보] 발행 2016/08/0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8/01 22:51

안유회/논설위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전사자 가족과 싸우고 있다.

무슬림인 키즈르 칸 부부는 민주당전당대회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당신은 무엇을 희생했느냐"고 반문했다. 아들 휴마윤 칸 대위를 2004년 이라크 전쟁에서 잃은 칸 부부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에 항의한 것이다. 트럼프는 칸 대위의 어머니가 연설에서 침묵을 지킨 것을 지목해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되받았다. 비난이 쏟아졌다. 전사자는 물론 그 가족을 예우하는 미국의 오랜 전통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었다.

이 와중에도 트럼프 캠프의 로저 스톤은 키즈르 칸은 '슬픈 아버지'를 넘어 힐러리를 돕는 '무슬림형제단'의 요원이라고 공격했다. 이로써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 트럼프의 증오 전략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전사자 예우 전통까지 무시할 정도로 증오 전략은 거침없다.

트럼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인종증오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파들이 이민자를 공격하는 캠페인을 펼친 이후 이젠 공개적으로 '이민자는 영국을 떠나라'고 모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1929년 주가 대폭락 이후 관세 인상을 비롯한 경제 국수주의와 인종증오를 앞세운 파시즘이 출현했던 1930년대의 부활을 경계해야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증오의 정치가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증오는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은 트럼프보다 덜 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클린턴은 민주당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후보의 한 명이다.

'비호감' 힐러리의 역사는 길다. 1996년 뉴요커는 '힐러리 증오하기(Hating Hillary)'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 증오는 엘리트부터 룸펜까지 즐기는 전국적인 오락이었다. 그 정서는 20년 뒤인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미워하는 이유는 바뀌었다. 20년전 클린턴 혐오 이유 1위는 "독선적이기 때문에"였다. 모닝 컨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엔 그 이유가 "정치적 편의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84%)와 "정직하지 않다"(82%)로 바뀌었다.

증오는 얼핏 매력적이다. 증오의 감정은 강렬해서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또 짧은 시간에 세력을 규합하는 데 유용하다.

트럼프는 짧은 시간에 세력을 규합하는 데 증오를 사용했다. 대성공이었다. 트럼프는 규합한 세력을 유지하는 데 대안을 찾지 못 하면 계속 증오의 감정을 앞세울 것같다. 전사자 가족과 싸우는 무모함의 이면에는 증오를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안을 찾지 못 한 것은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쉽게 풀어지지 않는 혐오의 덫에 갇혀있다.

트럼프가 7%포인트를 앞서거나 클린턴이 7%포인트 우세로 반전되는 것은 부차적일 수도 있다. 증오나 혐오가 대선의 최대 동력이라면 영국처럼 증오가 일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오가 매력적인 득표수단이 되는 데는 생각보다 적은 표가 정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자에서 미국인의 9%에 불과한 표로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 당의 대선후보가 됐다고 통계수치를 제시했다.

미국인은 현재 3억2400만 명이다. 이중 미성년자나 비시민권자 1억300만 명을 빼면 유권자는 2억2100만 명이다. 이 중 8800만 명은 전혀 투표를 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1억3300만 명이다. 이중 7300만 명은 예비선거 투표를 하지 않았다. 결국 6000만 명이 투표했고 이 중 3000만 명은 다른 후보에 투표했다. 두 후보는 각각 1500만 표로 대선후보가 됐다. 대선에선 얼마나 투표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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