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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에릭 홉스봄'과의 대화

[LA중앙일보] 발행 2007/01/0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7/01/05 18:41

정연진 한류포럼 디렉터

새해를 맞으면서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읽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손에 들지 못했던 연녹색 표지의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과의 인터뷰인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라는 책이다. 이 책은 1999년 새 천년으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이탈리아 언론인 안토니오 폴리토가 엮은 대담집이다.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까요?' '21세기에 민족주의는 국가적 대세가 될까요?' '세계화란 뭡니까?' '핵전쟁이 일어날까요?' 등 폴리토 기자의 질문에 대해 홉스봄 선생은 역사에 문외한인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1세기에 대한 거시적 전망을 차근 차근 담담한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역사학자라는 평을 받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학자인 에릭 홉스봄 선생. 인류역사상 최상과 최악을 나란히 겪은 20세기 역사를 '극단의 역사'(The Age of Extreme)라고 정의한 그가 조망한 새로운 세기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선생은 미국은 20세기에 가장 눈부신 성공을 거둔 나라이고 21세기에도 초강대국으로 남아있겠지만 그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이 세계 생산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있으므로 미국이 20세기처럼 계속해서 세계경제를 끌어가는 원동력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문화적으로도 19세기를 주도했던 영국문화가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존재하듯 미국문화가 21세기까지 주도적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왜냐하면 '세계가 한 나라에 지배되기에는 너무 넓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21세기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인의 과반수가 문맹을 벗어나게 되고 지역적 빈곤이 현격하게 감소하면서 인류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낙관적인 견해를 폈다.

내가 선생을 존경하는 이유는 역사학계의 거장일 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운동가이기 때문이다. 1917년 생인 선생은 젊은 시절 나치에 대한 저항운동을 했었고 공산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분명 공산주의는 실패한 운동이라 규정한다. 그런데 왜 끝까지 공산당원으로 남아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생은 '당시 공산주의는 범세계적인 대의였고 대의를 향한 충성심 그런 대의를 위해서 희생했던 사람들을 향한 정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면서 "어쩌면 공산주의를 선택하지 말아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이상을 품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될 것입니다" 라고 숙연히 강조한다.

선생의 나이 90세. 인문학의 거장인 선생도 오래지 않아 세상을 뜨게 될 것이다. 그 때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남기고 갈 것인지…. 아마도 선생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를 물을 것이다.

한 예로서 선생은 미국의 거부 앤드루 카네기를 들면서 그가 남긴 "백만장자로 죽은 백만장자는 삶을 헛되이 보낸 사람이다"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의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원대한 희망과 절대적 열정은 역사의 현장에 항상 있어왔다는 선생의 말을 새겨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희망과 열정으로 새 천년을 맞이했었는지 새 천년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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