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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김영란법과 아프리카 기아

김완신/논설실장

기아 문제는 조금 진부할 수 있다. 폭탄 테러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총격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미국민의 이목은 트럼프와 힐러리의 백악관 '싸움'에 집중돼 있다. 최악이 우려되는 리우 올림픽도 개막이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직자들의 청탁과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의 합헌 결정이 화제다.

충격적인 소식으로 연일 떠들썩한 세상에서 식량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은 진부할 수도 있다. 진부하다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뜻도 된다.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는 항상 있어 왔고 충격적이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생사의 문제이고 다수의 사망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희생자의 대부분을 아이들이 차지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남부 아프리카의 기근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장기간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대부분 농가가 곡물을 수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LA타임스가 보도한 세계식량기구(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뭄으로 남부 아프리카 7개국의 1800만 명이 극심한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 신속한 식량원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 연말에는 굶주리는 인구가 33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WFP 관계자는 "현재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최악의 식량위기 상태"라며 "이들 7개국 식량원조를 위해 5억4900만 달러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부 아프리카의 기아는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 감소에서 비롯했다. 식량부족 사태를 빚는 대표적인 원인은 자연재해 외에도 인구 과잉, 농경지 부족 등이 있다. 지난 세기 인구학자와 식량전문가들은 기아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식량생산이 따르지 못해 필연적으로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농경 기술의 발달과 노동 생산성 증가로 식량은 지구 전체를 먹이고도 남을 정도로 산출되고 있다. 식량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계 인구에게 필요한 식량의 110~115%가 생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식량은 넘쳐나지만 아사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식량이 고루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역임했던 장 지글러는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불평등한 식량분배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과 후진국 정부의 결탁도 식량의 공정한 분배를 방해한다. 부유한 국가에서는 남는 식량이 가난한 나라에는 부족하다. 그나마 부족한 식량도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아 아사자가 빈곤층에 집중된다. 식량문제에 관한 한 부유한 국가들은 도덕적일 수가 없다. 이점에서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이 합법 결정을 받았다. 공직사회의 뇌물과 청탁을 없애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법이라고 한다. 식사대접 비용을 3만원으로 제한해, 고급 식당들은 업종을 바꾸거나 법을 피해 2만9000원짜리 식사를 개발한다고 한다. 선물도 5만원이 상한선이어서 한우와 버섯재배 농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시위를 한다. 마치 지금까지 고급 음식은 부정한 거래를 주고 받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것 같다. 김영란법으로 부패를 차단하자고 하는데 내수 걱정을 앞세우는 것도 분명 본말전도다. 값싼 음식과 선물로도 내수는 진작된다.

김영란법의 원래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그런데 '거창한' 법안 취지와는 달리는 온통 관심은 먹거리 가격에 집중된 느낌이다.

LA타임스가 전한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가정은 하루이틀 음식 없이 지내기는 일상이고, 대여섯명의 가족이 한줌의 곡물을 나누는 것은 성찬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법으로 먹어도 되는 음식과 안 되는 음식의 경계를 나누는데, 지구 다른 편의 주민들은 극한의 굶주림으로 생사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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