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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위대한 바보들이 있기에…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공자 왈, "남자가 출세하려면 여자를 조심하라".

어폐가 있는 말씀이다. 아니, 여자가 무슨 악성 바이러스인가. 자나 깨나 조심해야할 대상은 남자들, 즉, '자신'인 것을…

최근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성범죄사건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설마'했던 사람들까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세인을 아연케 한다. 그 행위가 범의를 지닌 고의성 범행일수도, 아니면 잠시 자동제어장치인 이성의 자율기능 오작동이나 마비로 인한 실수일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 성적충동과 유혹을 추스르지 못해 발생한 사건들로, 한순간에 개망신을 당하거나 평생 쌓아온 명예와 권력을 잃고 곤두박질친 사람들이다.

불가에서는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망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오욕이라 일컫는다. 오욕은 재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성욕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이 오욕을 잘 다스려야 패가망신을 면할 수 있지만, 특히 성직자, 그 중에서 독신을 종법으로 규정한 종교의 성직자는 오욕을 단연 포기한 '위대한 바보'들이다.(식욕ㆍ수면욕은 제어대상)

그러나 성직을 영위하는 도정에서 이 오욕을 극기해 나가야하는 인고의 세월이 만만찮다. 오욕 중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욕망은 신분의 귀천, 지위고하, 노소를 막론하고 '문고리 잡을 힘 만 있어도 덤빈다'는 성욕이다.

춘추, 육십 밑자리에 있던 미당 서정주 시인이 당대 천하의 대선사, 성철스님(1912-1993)을 친견한 자리에서 넌지시 찔러 보았다.

"이 나이 되도록 이쁘게 보이는 여자를 만나면 연연한 마음이 생기는 걸 끊지 못했습니다. 스님은 어떠하신지요?".

그러자 스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아니 큰 시인이 아직 그것도 모르시오"라며 "그러니까 중들은 날이 날마다 조석으로 부처님께 목탁 치며 예불 드리고, 불경도 읽고, 참선하고, 울력도 하면서 마음 잡도리하며 지내는 것 아니오"라고 했다.

시인은 오히려 철저하고 성실한 구도자의 모습과 인간적인 솔직함을 발견하고, 크게 감동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사회공동체가 허용하는 도덕과 윤리, 법적 임계 안에서 욕망충동을 경영하는 자기조절 능력을 지닐 때 존경 받는 인물이 되며, 그가 지닌 부와 명예와 권력도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에게 오욕은 가장 핵심적인 난제이다. 오욕은 다스려야할 단순한 윤리적 금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계율의 밑꼴인 오욕의 제어와 멸진은 지계(持戒)의 체화를 이루게 하여 계체(戒體)를 형성하게 만든다.

계체는 도덕적 권위와 종교적 카리스마의 원천으로, 당당함과 기품을 지닌 위의(威儀)를 갖추게 한다.

그 위의는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우러나게 한다. 그것은 자신과 세상을 위해 본능적 욕망마저 극복한데 대한 종교적, 사회적 보은이기도 하다.

인간한계를 극복한 그 숭고하고 성스러운 '위대한 바보'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 풍진 세상이 요만큼이라도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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