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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동물 임상경험이 준 교훈

[LA중앙일보] 발행 2007/01/1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7/01/18 18:11

장칠봉 수의사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거쳐야 할 기초 진단과정이 있다. 살펴보고(시진) 만져보고(촉진) 들어보아야(청진) 한다.

수의사인 나는 동물환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 적이 많다. 동물환자가 "저는 어제 밤부터 속이 미슥미슥하고 머리도 무겁고…" 하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치료도 훨씬 수월해 질 수 있겠다.

나는 동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의 소리를 듣고 상태를 짐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임상수의사들은 개와 고양이를 전신마취하여 수술을 많이 한다. 마취에서 깰 무렵이면 동물환자들은 신음을 하던지 몸을 뒤척인다. 수의사들은 그 신음과 뒤척임을 보고 듣고선 예후를 거의 정확히 진단한다.

몇년 전 나는 전혀 익숙하지 못한 동물의 말(소리)을 접해 당황한 적이 있었다. 방안에서 개와 같이 지내던 애완용 돼지가 급송되어 나의 병원에 왔다. 다정스럽던 친구 개가 삼겹살이 먹고 싶었는지 돼지를 공격해서 목주위 피부가 너덜너덜해졌다.

전신마취를 해서 돼지를 수술대에 올려 놓고 자세히 보니 잘 생겼다. 눈썹도 쌍꺼풀로 예쁘게 그어져 있고 착하디 착하게 보인다. 실내에서 뛰놀던 녀석이라 오물냄새조차 없었다. 상처투성인 피부를 붙이고 꿰매니 그럭저럭 제모습으로 돌아왔다. 수술을 마치고 바닥에 누이자 꿀꿀 몸부림친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꿀꿀소리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아프다'란 신음소리인지 마취에 취한 웅얼거림인지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병원비를 걱정하는 주인의 청에 의해 퇴원 시켰다. 며칠후 돼지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이 임상경험에서 배운 것은 상대방이 알 수 없는 웅얼거림 막말이든 욕지거리든 그런 말은 상대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고 결국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가 이롭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특히 새해 첫날 무심코 내뱉는 경솔한 언행은 '복'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낭패를 주며 그해 나쁜 '운수' 모두를 넘겨 받게 되는 마음의 부담도 지게 된다. 글쓰기 아주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자신도 작년 새해 첫날 평소 나와 가깝던 후배로 부터 느닷없이 전화로 막말과 욕지거리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는 불미스런 사건이 보다 많았다.

불행은 그 막말이 자초했다고 불평했고 그 후배를 미워했다. 하물며 어느 여행사가 우리 부부를 우롱하고 사기해서 여행도 못가고 시간만 축낼 때도 그 후배가 내뱉은 욕지거리 탓으로 돌렸고 나의 어리석은 바람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상당한 금전 손실을 입었을 때도 그 후배의 무례가 몰고온 불운으로 돌렸다.

올해 첫날 혹 가질지도 모를 작년과 같은 불쾌감을 피해보고자 우리부부만 세도나에서 새해를 맞았다. 조용한 산 중턱에서 새아침의 상쾌한 햇살을 받으며 명상을 하려고 하는데 작년에 들었던 욕지거리가 시끄럽게 또 들렸다. 저 밑에서 한인 아버지가 어린 아들보고 차 타라고 재촉하면서 내뱉는 욕설이다. '언즉인'이다. 말은 말하는 이의 수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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