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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리우 올림픽의 '골드 천장'

김완신/논설실장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한 여성이 '출전'한다. 다른 참가 선수와 함께 달리던 그녀는 경주 도중 대회 진행요원에 의해 퇴장을 명령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코치와 동료, 주변 선수들의 도움으로 완주를 한다.

그녀가 제지당한 것은 당시 보스턴 마라톤이 여성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자도 마라톤 완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본명 캐서린 스위처 대신, 여성임을 구별하기 어려운 'K V 스위처'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대학 과제물을 제출할 때 사용했던 이름이다.

시라큐스대학 학생이던 스위처가, 뛰는 것을 막는 진행요원들과 몸싸움 하는 장면은 전국에 알려졌다. 그녀는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마라톤의 여성 참가를 촉구했고 결국 보스턴 마라톤은 전통을 깨고 5년 후인 1972년 여성 출전을 공식으로 허용했다.

올림픽 경기에 여성이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보다 12년이 더 지나 1984년 LA올림픽 때부터였다. 체력의 극한을 요구하는 마라톤이 여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배려'로 출전이 금지됐지만 스위처는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맞섰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다. 지난 주말판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림픽 대회의 남녀차별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저널은 1500미터 수영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여자 수영선수 케이티 레데키의 예를 들면서 올림픽 여자수영 종목에는 1500미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남자선수는 1500미터에서 메달을 딸 수 있지만 여자는 종목 자체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레슬링도 남자는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지만 여자는 6개에 불과하다. 사이클의 경우는 구간이 남자에 비해 짧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여자라고 종목이나 구간을 줄일 이유가 없다고 한다. 남자가 신체적으로 여성에 비해 빠르게 반응하고 강인한 특성이 있지만 지구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운동에서는 남성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올림픽의 많은 종목들이 속도와 힘이 필요한 운동은 아니다.

사격의 경우 오히려 여성이 유리할 수도 있다. 샌디에이고대학의 임상심리학자 나다브 골드슈미드 교수는 논문을 통해 '올림픽 사격 종목을 남녀로 구분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여성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였는데도 1968년 이전까지는 남성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올림픽은 남자들의 대회였다. 여자 출전자가 거의 없어, 참가 선수의 25%를 여성이 차지하기까지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04년 레슬링 종목에 여성이 처음 출전할 수 있었고 2012년에 권투에 여성 참가가 허용됐다. 2016 리우 올림픽의 경우 총 306개의 금메달 중 169개가 남자 종목에 배당돼 전체의 55.22%를 차지한다.

지난 민주당전당대회에서 공식후보로 선출된 힐러리 클린턴은 "유리 천장에 이제까지 가장 커다란 금을 냈다"고 말했다. 아직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아니라 유리 천장을 완벽하게 깨지는 못했지만 주요정당의 대표후보로 선출돼 금은 냈다는 뜻이다.

여성의 정계진출을 막는 '유리 천장'이 있다면 올림픽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표현처럼 '골드 천장'이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얻으려면 여성은 더 높이 뛰어 어렵게 천장을 깨뜨려야 한다는 의미다.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이다. 인종과 성별의 구분을 넘어서는 축제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은 역대 경기 중 여자 선수들이 가장 많이 출전한 올림픽이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은 존재한다. 올림픽 대회에는 남자와 여자가 아닌 '선수'가 있을 뿐이다. '골드 천장'은 깨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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