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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일본, 미국의 입국심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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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6/08/1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6/08/09 22:31

박낙희/OC취재팀 차장

아이들이 올 가을학기부터 새 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방학을 이용해 가족여행에 나섰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싶어 한국 방문길에 일본에도 들르기로 했다.

가족들 모두 여행이라는 설렘 속에 장시간 비행을 마치고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 바로 입국심사다. 일본에서의 입국심사는 말그대로 환영받는 분위기였다. 입국심사 담당직원들이 창구뿐만 아니라 줄서는 곳에서부터 배치돼 입국신고서를 일일이 검사하면서 잘못된 곳이 있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고압적인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던 심사관 역시 신고서를 훑어보고 아무 질문도 없이 바로 입국허가 도장을 찍어 주고 즐거운 시간이 되라는 덕담을 해줬다. 이후 일본에서의 여행은 어딜 가나 친절함과 깔끔함 속에 진행됐다.

짧은 여행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밤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 중에는 전혀 몰랐었는데 승객의 9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입국심사장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갈리는 심사창구를 보고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미국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입국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입국장 안내직원이 있어 어디에 서야 할지 물어봤다. 내 질문이 뭐가 그리 잘못됐는지 퉁명스럽게 "내국인으로 가세요"라고 대답했다. 여기까지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 안내직원은 우리를 보고 "당연한 거 아니에요? 뭐 그런 걸 물어보세요"라며 빈정거리듯 내뱉었다. 순간 아내와 난 뭐 큰 잘못이라도 한 듯해 기분이 언짢았다.

불쾌한 경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산한 내국인 입국심사장으로 들어서 심사관 앞에 섰다. 자정이 넘은 탓인지 자다가 나온 듯한 표정으로 여권을 살펴보더니 아이들은 미국여권이라 입국신고서가 필요하다며 작성해서 다시 오라고 했다. 일본에서 입국심사 전 일일이 서류를 체크해주던 직원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들과 함께 심사대 바로 옆 신고서 작성대에서 수분만에 서류를 작성해 입국심사대로 돌아왔는데 심사관들도 사라지고 내국인 심사대가 전부 폐쇄된 것을 알게됐다. 가족 모두 황당해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하며 서성거리고 있자 한 심사관이 나와 "거기서 뭐하세요? 왜 거기 서있어요? 거긴 다 철수했어요"라며 우리를 외국인 심사대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 심사관이 "어떻게 거기 서 있게 됐지"라는 혼잣말처럼 한 말이 들려 오자 또 다시 우리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다. 결국 외국인 심사대를 통해 입국하게 됐다. 아이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한국방문은 이렇게 꿀꿀한 기분으로 시작됐지만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과 친구들 덕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6일간 일정을 마치고 LA로 돌아왔다. 공항 입국심사장 곳곳에서는 무장한 이민국 직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입국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임신한 아시아계 여성에게는 "미국에 무슨 목적으로 왔냐"며 취조하듯 직설적으로 캐묻기도 해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번에도 입국심사장에서 내국인, 외국인을 놓고 어디로 가야할지 직원에게 물었다. 여권을 살펴보더니 이유까지 설명해주며 내국인으로 가라고 안내해 줬다. 사전입국심사 키오스크에서 지문과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도 직원들이 아이들과 농담까지 주고 받으며 도와줬다. 입국심사관 역시 어디어디 다녀왔는지만 물어보더니 아이들과 농담을 하며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에게 그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곳이 바로 입국심사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국, 일본, 미국 3국에서의 입국심사 체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국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싶지만 초중생 아이들도 확연히 느낀 '격의 차이'를 외국인들이라고 못 느낄까 싶어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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