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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왜 자해행위를 할까

천양곡 신경정신과 전문의

암으로 죽어가던 환자가 아픔에 일그러진 얼굴에서 갑자기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와 가족과 말을 나뉜 뒤 생을 마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비슷한 이야기로 2차대전 중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는 심하게 고문받던 포로들이 최후 순간엔 웃는 낯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후 세계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들이 고통과 환희의 경계점을 찾아내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모두 허사였다. 고통이 한 두 가지 신경이나 근육 또는 화학 물질로 일어 나는 게 아니라 여러 복합체의 소산이고 더구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개인에 따라 달라서 측정하기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 사실은 고통이 어느 한계점에 달하면 뇌 속 화학 물질중 하나인 엔돌핀의 분비가 많아져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아픔과 기쁨은 정 반대인 것 같지만 실은 아주 가깝고 비슷한 감정이다.



그런데 심한 통증이 아닌 가벼운 아픔을 주어도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날 자신의 몸에 고의로 상처내는 자해행위(Self-injurious Behaviors) 젊은 여성환자가 찾아왔다. 어릴 때 재혼한 어머니와 계부 밑에서 자랐는데 집에 사람이 없으면 계부가 그녀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어쩌다 어머니한테 들켜도 못 본체 하는 바람에 사촌오빠들도 같은 짓을 했다.

성에 대해 잘 몰랐던 그녀는 겁이 났다. 남자가 가슴만 만져도 임신하는 줄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까지 자기를 보호해 주지 않는 게 모두 자기 잘못으로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면도칼 등으로 양팔과 가슴을 피가 보일 만큼 살짝 그어대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 전연 아픔을 느끼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기분도 좋았다. 이제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해 행위로 긴장을 풀고 있다.

미국엔 대략 200만 명의 자해 환자가 있다. 그들은 자해 충동 억제나 중지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상처 부위의 통증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만족감ㆍ안도감ㆍ위로감으로 기분이 좋아지나 시간이 갈수록 무력감으로 사회 활동에 지장을 준다.

또한 상처를 내기 전 심한 긴박감ㆍ불안감ㆍ절박감을 느끼며 자해 몰두감에 빠지게 된다. 남녀 어느 나이에도 있으나 젊은 여성들에게 흔하며 30~40대엔 서서히 줄어든다.

특히 급격한 신체변화 정서적 미숙 동료들 속에 끼어 인정받고 싶은 소속감 부모로부터 독립해보려는 욕망 등 힘든 결정이 필요한 사춘기에 많다.

왜 자해행위를 할까. 어려서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 자행 행위자들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몸을 자신이 관리할 수 있다는 능력 표시 둘째는 자신의 죄 값을 벌주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자해 환자들은 자해 행위와 더불어 다른 파괴적 행동을 보인다. 예로 거치른 자동차 운전 절도 문란한 성생활 술ㆍ마약 남용 대식증(Bulimia) 등인데 이런 증상도 같이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대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심리 치료자의 개인ㆍ가족 상담 환자들끼리의 위로와 격려 지지 그룹 참가 약물 요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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