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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한계와 겸손

김정국 신부 / 성 크리스토퍼 성당

우리는 대자연의 법칙이 그런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 위기의 시간을 겪고 성장통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를 벗어나는 일은 모든 종교가 제시하는 인간 삶의 공통된 이상이요 목표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자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한결같이 말하는 변하지 않는 진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경험적 차원에서 자신이 지닌 한계나 어둡고 불편한 요소들을 보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대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한쪽으로 밀쳐 놓고 살거나 그냥 눌러 놓고 일상을 살아간다. 마치 자신의 약점과 어두운 부분을 영원히 감출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과 약점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간단하고 손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건 겸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인간 한계의 바탕을 이루는 대표적인 요소는 바로 우리가 지닌 육체이다. 육체는 우리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살게 하는 원리이기도 하지만 사람으로서 겪는 한계를 결정짓는 표징이 된다. 육체는 우리가 한계를 느끼는 데 깊이 작용해서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미소한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사람이 불치의 병을 진단받아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될 때, 세상이 완전히 자신에게 등 돌린 것 같은 고독과 절망 속에서 모든 것과 단절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때라도 신앙의 관점에서는 육신을 통해 오는 이 한계의 극단적 체험이 오직 부정적인 의미만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고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유명인이더라도 이런 한계 상황에서는 마침내 자신에 속하지 않은 것을 자기 것인 양 내세우며 착각 속에 살던 일을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 자신을 망각하고 우상화해서 하느님 같은 존재로 착각하고 살아오던 우리가 내면에 자리한 진짜 불멸의 가치를 보도록 해준다. 억지로라도 우리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주변 환경과 사람에 의존하여 살아온 그런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모두에게 하느님은 참 공평하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영성생활이라고 하면 육체를 건너뛰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정신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진부한 육체의 요구들을 채워가는 일에 관심과 시간을 쏟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께 나아가는 길에서 반드시 육체를 지닌 존재로서 그 한계를 거쳐 가도록 마련하셨다. 우리를 천사로 만들어 손쉽게 구원하려 하지 않으시고 성자이신 예수님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시도록 섭리하셨던 것이 그 가장 좋은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그리스도인에게는 모든 한계의 체험이 다 긍정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선 안에 있음을 믿기에, 자신의 한계 이면을 바라볼 희망을 얻게 되고 다만 자신의 한계 상황을 겸허하게 살아 거쳐가야 할 여정으로 평온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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