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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교회 행사도 '흥행'이 목적인가

장열 / 사회부 차장·종교담당

보이지 않을 뿐, 땅속에도 물이 흐른다. 누군가 그 물줄기를 땅 위로 끌어내 줄 수는 없을까. '교회가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는데….' 한 콘서트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지난달 24일 LA지역 한 작은 교회에서 가수 홍순관의 공연이 열렸다. 그는 콘서트를 앞두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래를 "땅속에서 흐르는 물"이라 했다. 대중에게 낯선 자신의 음악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본지 7월19일자 a-26면>

홍순관은 기독교인이다. 신앙을 통한 고민과 생각을 30년간 노래해 왔지만 인지도는 낮다. 그럼에도 이틀간 열린 콘서트에 무려 300여 명이 몰렸다. 그건 관객에게도 어떤 갈증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홍순관은 이 시대 속에서 언어가 망가진 노래가 많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인지 공연 내내 그의 노랫말을 더 음미해봤다. 그가 기독교인이라 해서 모든 노랫말에 '예수'란 단어가 들어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의 가치는 짙게 배어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자연의 훼손, 생명에 대한 가치 결여, 평화를 상실한 시대, 모국어 파괴 등의 안타까운 현실을 신앙의 시각을 통해 회복을 호소한다.



기독교는 시대적으로 문화의 타락을 우려한다. 그건 곧 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미래를 걱정하면서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교계의 현실이다.

한 예로 교회들이 주최하는 집회나 공연을 유심히 살펴보면 개최 여부는 대부분 흥행 가능성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을 모으려다 보니 유명세를 좇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자본 논리가 기독교 문화를 좌지우지하는 폐해를 낳았다. 한인 교계에서 보통 A급 CCM 가수나 찬양팀을 초청할 경우 1회 공연 비용으로 수만 달러는 기본이다.

교계는 언제까지 지명도에 의존해 시선을 끌어야겠는가. 그러한 일회성 이벤트가 일시적인 흥행 효과는 가져다줄 수 있어도, 그 사이 기독교의 문화 생태계는 신음하며 죽어간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기독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도, 재능있는 기독 문화인의 양성과 배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교계가 문화로 세상과 소통하려면 언어의 한계부터 극복해야 한다. 교회는 문화를 기독교만의 언어로 해석하는 건 능숙해도, 기독교를 문화적 언어로 풀어내는 건 익숙하지 않다.

교회 내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 예수의 가치를 전달할 방법이 없는가. 기독교를 폭넓게 풀어내려면 교회는 다양한 기독 문화인의 활동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는 얼마든지 다양한 문화적 플랫폼에 담길 수 있고, 이는 좀 더 풍성하고 광범위하게 예수의 가치를 전달하는 토양을 마련한다.

가수 홍순관의 콘서트는 기존에 정형화된 기독교 공연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예수의 정신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분명 땅 속에도 물이 흐른다. 영향력 있는 교회들은 인지도만 좇기보다 그런 물줄기를 찾아 한인사회에 소개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문화의 타락만 우려하지 말고, 동시에 문화를 선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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