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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료지시서]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웰다잉에 대한 인식 변화로
소망유언서 작성에 큰 관심
소망소사이어티 적극 활동

한때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웰빙을 넘어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잘 사는 것을 넘어 잘 늙는 삶 또 잘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특히 웰다잉과 관련된 인식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가 있다.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7년 창립한 이 단체는 출생과 결혼을 준비하듯 죽음 또한 삶의 과정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웰빙 웰에이징 웰다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망소사이어티 프로그램에는 죽음 준비 교육 소망유언서 쓰기 장기/시신 기증 안내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교육 치매예방/웃음치료 장례식 간소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소망유언서 쓰기는 최근 미국사회에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존엄사 논쟁과 맞물려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소망유언서는 영어로 'Advance Healthcare Directive'로 표기돼 있다. 한국에서는 이를 사전의료의향서 또는 사전의료지시서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형 병원마다 양식이나 이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관련 서류를 만들어 비치하고 있다. 여기서는 소망소사이어티가 사용하는 용어인 사전의료지시서로 통일한다.

사전의료지시서를 간략히 요약하면 뜻하지 않는 사고나 불치의 병으로 죽음에 임박해 치료에 대한 결정을 환자 스스로 내릴 수 없게 될 경우를 대비 미리 의료 결정을 명시해 놓은 서류라고 할 수 있다.



기도 내 삽관 기관지 절개술 인공기계 호흡치료법 인공영양법 심폐소생술 진통제 처방 강도 등에 주로 의료 결정이 필요하다. 사전의료지시서에는 이외에도 자신의 장례 방식 장기 또는 시신 기증 여부를 선택해 표기할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약력과 하고 싶은 말도 남길 수 있다.

유분자 이사장은 "아는 분이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다니던 교회에서부터 소망유언서 작성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바른 정신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망소사이어티가 지난 9년 동안 남가주에서 활동하면서 배포한 소망유언서는 1만2000부에 달한다. 지난 7월 중순까지 모두 152회의 소망교육세미나를 열었고 시신기증 신청자도 1606명에 이르고 있다. 또 비상상황 발생시 연락할 상대와 전화번호를 적은 긴급연락처 카드도 약 570개를 제작했다.

김미혜 사무국장은 "올해 처음으로 오렌지카운티에서 소망유언서 작성과 관련한 가두 캠페인 행사를 했다"면서 "내년에는 LA한인타운에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매년 4월 16일은 사전의료지시서(유언서) 쓰는 날로 정해져 있다.

직접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한 분을 찾아 전화 인터뷰를 했다.

라구나우즈 은퇴촌에 거주하는 김병희(76)씨는 아름다운 마무리 운동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소망소사이어티의 홍보대사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전의료지시서(소망유언서)를 작성하고 시신기증도 신청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 연장 가능성이 없는데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며 남은 가족에게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주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래서 소망유언서를 통해 만약 그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나의 뜻을 받들어 의미 없는 생명연장을 하지 말 것을 분명히 해 놓았습니다. 또 UC어바인에 시신기증도 등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으로부터 큰 은혜와 혜택을 받은 감사한 마음을 시신기증을 통해 의학과 인류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데보라 이(63)씨도 소망유언서와 시신기증에 참여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지만 이미 3년 전에 소망유언서와 시신기증서를 작성했다.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소망소사이어티의 활동에 크게 공감해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 두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참여했습니다.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긴급 상황에서 가족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뒤처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산문제는 물론 내가 원하는 사진과 꽃 찬송가까지 내용에 포함시켰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분자 이사장은 최근 펴낸 저서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웰빙이 웰다잉이고 웰다잉이 웰빙이다. 생의 마무리 즉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된다. 하루하루 시간시간을 소중하게 아끼게 되고 가족과 이웃을 소중하게 대하며 살게 된다. 더 사랑하게 되고 더 감사하게 되며 더 나누게 된다. 그래서 남은 삶이 아름다워진다. 마무리가 아름다워야 삶이 아름다워지는 이유이다."

사전의료지시서 Q&A
불의의 사고·불치병 등 대비
반드시 증인 2명 있어야


-사전의료지시서는 왜 작성해야 하나.

“가족과 주변 사람이 의료결정이 필요한 당사자(환자 또는 예비환자)의 의견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감정의 혼란을 겪을 수 있고 환자가 원하지 않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누가 작성할 수 있나.

“18세 이상으로 정확한 의료에 대해 이해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하다. 뇌 전체의 기능이 정지됐거나 정확한 의료에 대해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을 대신해서 작성할 수 없다.”

-의료에 대한 법적 대리인은 누구를 선택하나.

“환자 자신의 가치관과 사전 의료 지시서에 명시된 선택들에 대해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는 가족을 1차 대리인으로 지정한다. 2차 대리인은 1차 대리인의 자격을 대신하며 가족 또는 주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주치의 또는 현재 거주하는 곳에 고용된 직원, 사회복지사 등을 법적 대리인으로 선택할 수 없다.”

-증인이 필요한가.

“증인은 반드시 2명 이상이어야 한다. 제1증인은 법적 대리인과 의료진을 제외한 18세 이상의 성인이어야 하며 제2증인은 재산 상속이 가능한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한 성인이어야 한다. 만일 2명의 증인이 불가능할 경우 공증을 통해 사전의료지시서를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보관 방법은.

“사전의료지시서는 작성하기 전 가족과 충분히 의견을 나눈 뒤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성 후 원본은 누구나 잘 찾을 수 있는 장소(집)에 보관하고 가족, 법적 대리인, 주치의 등에게 알려 사본을 보관하도록 한다. 사본 역시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문의: 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 www.somangsociety.org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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