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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프리즘] 박광순 행장 '고발 vs 고자질'

[LA중앙일보] 발행 2007/02/12 경제 3면 기사입력 2007/02/09 17:41

미래은행 / '건전한 고발정신' 존중되어야

우리 한국 사람이 미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이질감 중의 하나가 미국 사람들의 고발 정신이다. 말 안듣는다고 자기 아이를 체벌하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여 부모가 구금되기도 하고 경찰이 아이를 데려가기도 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었고 이런 일을 겪은 어느 부모는 "사람 살 곳이 아니다" 고 한국으로 돌아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서양 사람들이 이웃의 잘못을 경찰에 알리는 것은 올바른 일을 위해 '고발'하는 것인데 한인들의 정서로는 '고자질'이다. 오랜 기간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한 투쟁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서양 사람들의 문화와 충효사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동양문화와의 차이인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인가.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법에 대한 개념의 차이인 것 같다. 동양에서는 법 이전에 관습이나 상식이 많이 통하는 반면 서양 선진국에서는 법이 우선이다. 민주주의나 법에 의한 통치는 하루 아침에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투쟁과 혁명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숱한 희생과 피를 흘리면서 얻어진 것이다.

왕에 집중된 권력을 빼앗아 다수의 시민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고 그런 과정에서 강자와 권력자가 횡포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정하고 법을 어긴 자는 어김없이 고발하여 그 죄를 묻는 과정의 역사를 통하여 시민정신 고발정신이 형성되었고 이런 정신을 통하여 민주주의와 법치가 가능하였고 유지되어 왔다. 고발 정신은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이에 비하여 동양의 민주주의와 근대화 과정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자생적 투쟁보다는 주로 서양의 제도를 배워서 도입된 것이고 그 과정도 짧아서 서양 국가들 보다는 법치의 개념이 약한 형편이며 이런 경향은 유교사상의 뿌리가 깊은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평상시 의논이나 토론을 하면 합리와 원칙을 잘 따지지만 실제 일이 닥치면 인정과 습관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원칙을 강조하거나 남의 잘못을 고발하는 경우를 보면 이를 좋지 않게 보는 경향마저 있다.

이것은 우리가 합리와 계산보다는 충효 등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사상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발을 '고자질'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원칙이 지켜지고 잘못된 일은 법에 따라 바로 잡혀야 한다. 충효등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은 그 자체로 좋은 가치이고 필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이런 사상은 사회의 발전 적어도 경제가 우선시 되는 사회의 발전에는 법치나 합리주의 보다는 기여하는 바가 적으며 온정주의는 때로는 부패부정을 눈감아주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칙과 합리가 통하고 인정과 관습도 잘 통하는 상태가 된다면 아주 이상적이겠으나 그것은 이상이고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원칙과 합리가 우선하면 사회가 건전하지만 인정이나 온정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고 인정이나 온정이 많이 통하는 사회는 원칙과 합리가 등한시 되기 쉽다.

사회와 국가가 발전해야 개인들도 잘 살 수 있으므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원칙과 합리가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잘못을 고치기 위한 '고발'은 '고자질'이 아닌 좋은 행동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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