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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애완견의 안락사

[LA중앙일보] 발행 2007/02/10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7/02/09 18:01

장칠봉 수의사

1998년 2월 어느날 LA 인근 도시에서 발간하는 '위티어 데일리 뉴스' 1면에 '개주인이 수의사를 고소하다'란 큰 제목과 '개를 살려준 수의사 면허취소 위기 처하다'란 작은 제목으로 제작된 전면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개주인 E씨 부부는 자신의 개가 자궁탈출증과 감염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만 살릴 수 있는 '레브라도'를 데리고 수의병원을 찾았다.

수술비와 치료비가 1000달러 정도 든다는 C수의사의 견적에 E씨 부부는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개를 살려 줄 것을 호소하는 두 자녀의 눈물을 못본체하고 그들은 재정 형편상 안락사를 요구했다. 수의사에게 안락사 비용으로 50달러를 지불하고 안락사 허가문에 서명했다. 그들은 그 개를 곁에 두고 하염없이 슬픔에 빠졌다. 가난의 비통함을 자녀들에게 보이게 되어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그 가족이 떠난 후 C수의사 역시 마음이 아팠다. "우리 개를 살려주세요"라고 애걸하는 E씨의 어린 두자녀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C수의사는 무료로 수술해주면 주인도 좋아하겠고 개의 생명도 건지는 일이라 안락사 시키지 않고 수술하기로 했다.

오랜 감염으로 독혈증 증세까지 보이니 수술 도중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수술 중에 죽는다면 개주인에게 슬픔을 또다시 넘겨 주는 격이라 주인에게 사전 통보 없이 수술했다. 수술은 성공했고 감염치료를 받고 개는 이틀 후에 회복됐다. C수의사는 수술비 치료비등 수수료를 일체 받지 않고 항생제도 무료 처방해주며 개를 주인에게 돌려줬다.

몇주일 후 E씨 부부는 안락사 시키라고 했던 개를 살린 건 계약위반이라며 경찰 및 수의사 보드에 고소했다. 담당 기자는 수의사보드의 의견을 묻고선 "수의사가 계약위반을 했다면 이는 거짓치료를 했음에 해당된다. 수의사 윤리면에서 수의사 면허취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쳐 보도했다. 수의사가 명세하는 '수의사선서'에도 있듯이 수의사의 의무는 동물의 건강과 고통을 보살피며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 의무인 생명의 존엄을 위해서 행하는 치료도 수의사의 윤리에 저촉되면 먼저 벌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수의사는 생명을 중시하는 생명존중사상과 동물은 인간의 소유라는 인간우선주장의 틈바구니에서 시련을 겪게 된다. 안락사를 보자. 안락사가 생명권의 가치를 침해하는가에 대해 의견이 구구하다. 또 사람인 경우 죄에 대한 벌로 사형 즉 안락사를 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고통을 감해주기 위해 안락사를 치료 대신 한다. 그많큼 생명을 다르게 취급한다.

상기 신문기사가 나간 며칠후 같은 신문 독자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만약 돈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무료로 치료해 살려준 의사라면 그 의사는 영웅 대접을 받는다. C수의사의 약점을 잡아 고소한 E씨 부부는 무엇을 얻고자 했나? 그들은 그들 자녀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C수의사는 생명을 사랑하고 의술을 헌신한 것이다. 모두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쳐줘야 한다"고 투고했다.

여기 C수의사는 쑥스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다. 훗날 나는 E씨 부부가 고소한 수의사보드에서 통보를 받았다. "수의사윤리를 분명히 위반했으니 벌금 700달러를 수의사보드로 지불할 것을 명한다. 여기서 케이스를 종결한다. 충고로 당신이 안락사 시키기 싫으면 다른 수의사 한테 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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