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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트럼프의 '반성'이 불편한 이유

김완신/논설실장

트럼프의 변신이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노스캐럴라이나주 샬럿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거의 '회개'에 가까운 반성을 했다. 지금까지 잘못된 말들을 자주 했고, 남들을 불편하게 한 것에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의 '반성문'을 옮기며 대략 이렇다.

"여러 이슈에 대한 토론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여러분은 종종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말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반성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인 아픔을 준 발언들에 대해 더 후회하고 있다."

지난 14개월의 캠페인 기간 동안 트럼프는 인종과 성별, 종교와 국가, 심지어 장애인에 대한 무분별한 막말을 쏟아냈다. 주위의 거센 비난에도 꿋꿋이 욕설을 계속했던 그가 처음 공개적으로 자신의 언사를 반성한 것이다. 그는 또 즉흥적이던 기존 연설방식과는 달리 델레프롬프터(원고표시장치)를 읽으며 발표하는 신중함도 보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사과에 대해 '급격하고 의미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트럼프 캠페인의 방향선회를 예상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변신을 예견한 정치 전문가들은 이미 있었다. 스티븐 스트라우스 우드로 윌슨 스쿨 방문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려면 공화당 예비선거 캠페인 중에 했던 말들을 부인하고 중도성향의 온화한 이미지를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예비선거에서 보였던 수준 이하의 행보를 버리고 품격있는 후보로 변신해 백악관행을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독주할 당시,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도 본선에서의 승리 시나리오를 가상했었다. 이 역시 트럼프가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기성 정치인과는 차별화된 '저급함'을 무기로 광팬들의 지지로 공화당 예선은 넘겼지만 백악관까지는 변하지 않고는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또 트럼프가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면 이는 클린턴 지지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지난 주말 트럼프는 또 한 차례 변신을 시도했다. 히스패닉계 커뮤니티 리더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적절한 자격을 갖출 경우 불법 체류자라도 추방의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법체류자 모두를 추방하겠다는 기존의 공약을 번복한 발언이다. 미국땅에서 불체자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에게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민자 표심을 잡아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발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겠지만 불체자를 '강간범'으로까지 비하했던 트럼프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반성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하락세를 보이던 트럼프의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21일 LA타임스·USC 공동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45%의 지지율로 힐러리의 43%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예선과는 달리 본선에서 펼쳐온 온건한 캠페인과 막말 사과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상식을 넘어선 행보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트럼프. 이제는 반성으로 돌아서 불법이민자들까지 끌어안는 트럼프. 둘 중 어느 것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트럼프의 반성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다. 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쳐 올바르고 착하게 산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깊이 사과하며 과오를 뉘우치고 있는지, 백악관 입성을 위해 본연의 모습을 잠시 숨기고 있는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그의 진정성을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만 한번의 반성으로 지난 잘못을 잊기에는 그의 말이 남긴 상처가 너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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