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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하늘 천장'을 뚫어라

김완신 문화부장

올해 부시 대통령의 의사당 국정연설에는 생소한 호칭이 등장했다. 연설회장에서 '마담 스피커(Madam Speaker)'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 호칭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제까지 여성 하원의장이 없어 남성 하원의장을 뜻하는 '미스터 스피커(Mr. Speaker)'만 사용돼 왔었다. 미국 역사 200여년만에 여성 하원의장의 등장이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제까지의 남녀차별을 의식한 듯 의사봉을 넘겨받는 자리에서 "나는 우리의 딸들과 손녀들을 위해 대리석 천장(Marble Ceiling)을 뚫었다"고 말했다. 대리석 천장은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았던 '유리 천장(Glass Ceiling)'보다 더 견고함을 의미한다.

정계 뿐만 아니다. 12일에는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인정받는 하버드 대학에 여성 총장이 임명됐다.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하버드 대학 총장에 드루 길핀 파우스트가 2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여성의 벽 뿐만 아니라 지역과 학맥의 한계도 뛰어 넘어 하버드의 여성총장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파우스트 총장은 하버드를 졸업하지 않았고 전통적으로 하버드 총장을 배출했던 동부지역 출신도 아니었다. 학위를 브린모어 대학을 거쳐 유펜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우스트 총장은 "나를 하버드 대학의 여성 총장이 아니라 하버드 대학의 총장으로 보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 세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지금 여성들에 의해 성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우스트의 총장 임명으로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4개 대학에 여성들이 총장직에 진출하게 됐다.

펠로시와 파우스트 뿐만 아니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그야말로 여성 천하를 맞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참여는 사회의 전 분야에서 활발하다. 이미 미국내 대졸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자보다 높고 불과 50여년전에 여성의 3분의 1이 직장을 가졌으나 지금은 3분의 2를 넘는 숫자가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여성(Women)'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위미노믹스(Womenomics)'를 인용하면서 미래의 경제는 여성들의 손에 달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제 '금녀의 벽'이라는 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나 보호의 대상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게 드리워진 한계의 벽을 힘차게 넘어서고 있다. 사회적 요인과 생물학적인 차이로 여성들에게 강요됐던 억압과 불평등은 '태생적인 한계'를 당차게 극복해 가는 여성들을 더 이상 가두는 틀이 될 수가 없다.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 중 하나를 상위에 올려놓고 수직적인 서열을 만드는 것 자체가 남녀차별이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말은 단순히 생물학적 정체성을 구분하는 것외에는 별다는 의미를 갖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리석 천장'은 깨졌다며 이제 우리의 딸과 손녀들이 넘어야 할 천장은 '하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남성들도 뚫기 힘든 '하늘 천장'을 향해 그들이 힘차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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