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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의 '식물원'…오렌지 농원이 손짓하네

오컷 랜치(Orcutt Ranch)
대나무ㆍ떡갈나무 울창해
사색에 젖고, 추억에 잠겨

정문을 들어서니 수령 700년을 자랑하는 우람한 오크 트리가 마당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 뒤로 창고와 헛간으로 쓰였던 목조 건물이 이어지며 오렌지 농장이 시작된다.

샌퍼낸도밸리의 북서쪽 가장자리에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 있다. 연중 푸르름을 잃지 않는 떡갈나무들과 오렌지ㆍ자몽 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밸리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오컷 랜치가 그 곳이다. 가족 주말 나들이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호젓하게 사색에 젖기에도 좋을 곳이다.

1917년 당시 지질학자이며 캘리포니아 유전 시추의 선구자 역할을 한 윌리엄 오컷이 만든 개인 농장이었으나 1966년 LA시가 인수하면서 캘리포니아 사적지 31호로 등록돼 공원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24에이커의 면적에 스패니시로 '랜초 솜브라 델 로블레(떡갈나무 그늘의 농장)'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이 곳은 부부가 살던 스패니시 스타일의 저택과 정원이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

저택 앞 정원에는 봄이면 장미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가운데 하얀 가제보가 인상적인 이 곳은 연중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연인들의 결혼식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비용도 일반 교회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캘리포니아 자생식물을 포함해 지중해성 기후에 적합한 수천 종의 각종 식물이 우거져 있어 울창한 삼림 속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군데 군데 코요테가 출몰하니 조심하라는 팻말이 예사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왼쪽 오렌지 밭으로 가는 길에 대나무 숲이 나를 반긴다. 대밭으로 한발짝 내딛으니, 문득 어릴 적 고향의 추억에 잠긴다. 어머니는 봄이면 튼실한 죽순을 밥 짓던 솥에 같이 쪄서 간장에 찍어 주셨지. 가을 추수 끝난 들판에선 대나무를 휘어 만든 활로 참깻대 화살을 날리느라 서산에 해지는 줄도 몰랐지. 산들바람에 댓잎이 서걱이는데,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대숲 건너편은 오렌지 밭이다. 이미 한차례 수확이 끝난 뒤라 겨우 우듬지에나 오렌지가 걸려 있다. 까치밥이 될 놈들이다. 해마다 7월이면 한 주말을 택해 이틀간 '유 픽 오렌지'행사가 열린다. 실컷 따 먹고 따서 가져가는 만큼 돈을 내면 된다. 그로서리 백 한 봉지에 4달러 안팎.

오렌지 숲을 빠져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니, 자몽 나무들이 무성하다. 자몽 숲 사이로 산책로가 발길을 끈다. 서늘한 숲 곳곳에 만나는 동백나무, 사고 야자, 산딸나무들이 반갑다.

오픈시간은 주7일 해뜰 무렵부터 해질 무렵까지다. 입장료ㆍ주차료 무료.

▶주소:23600 Roscoe Blvd. West Hills


글·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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