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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마트폰 주면 조용한 아이들

[LA중앙일보] 발행 2016/08/2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8/24 21:03

오수연/사회부 차장

애가 셋인 친구가 있다. 종종 집으로 놀러오는데 아이들이 들어와 '이모'하고 부르며 달려와 안기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쁜 것도 잠시다. 세 명의 아이들은 집을 휘젓고 다닌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친구와 잠시 앉아 얘기라도 할라치면 그 중 한 놈이 칭얼대며 엄마에게 온다. 밥 한 술 먹기는 더 어렵다. 거의 식탁은 전쟁터다. 정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러면 여지없이 친구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찾아 꺼내든다. 그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첫째(7세)와 둘째(5세)가 조용해 진다. 둘은 나란히 앉아 능숙하게 태블릿을 켜고, 보고 싶은 동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 본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아이들은 대화 한마디 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

최근 영국의 교육지원기관 '더 키'가 유치원 교사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미취학 아동 3명 중 1명이 스마트 기기 사용으로 인해 언어발달 지연과 사회성·집중력 결여 등의 문제가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 조사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밀어서 작동하는 방법은 알지만 친구나 부모와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가야 할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LA한인타운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쳐온 한 한인 교사 역시 "몇 년 전부터 부쩍 언어능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언어구사력이 떨어져 예스, 노 등 한 단어로만 답하거나 심한 경우는 말이 아닌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드는 등의 제스처로만 표현하는 아이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아이들에게는 대화가 필요가 없다. 잠시 잠깐 떼를 쓰면 부모는 쉽게 스마트 기기를 내어준다. 클릭 한번으로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스마트 기기 안에는 봐도 봐도 끝이 없이 무궁무진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대화가 필요없는 온라인 세상 속에 빠져든다.

전문가에 따르면 아이들은 2~3살 때부터 부모들과 밀당을 시작한다. 어디까지 엄마·아빠를 자극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확인하며 알아간다. 잘 표현해야 하고 정확히 표현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어는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어떻게 표현해 할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성장한다.

물론 부모들은 아이에게 스마트 기기를 제한 없이 주는 것이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다. 친구 역시 "스마트폰을 주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이나 친구 집에 갔는데 아이들이 떼를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어떻게서든 달래보려 하지만 결국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켜주곤 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그런 친구를 그리고 부모들을 쉽게 비판할 수는 없다. 기자 역시 내심 친구가 스마트 기기를 얼른 꺼내서 아이들에게 주기를 바랬다. 그래야 아이들의 시끄러움에서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편하려고 쉬운 길을 택한다. 그리고 쉬운 길을 택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그렇게 스마트 기기와 함께 방치되어 있다.

가정상담소의 폴 윤 상담사는 "불편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부모도 그리고 주변의 어른들도 조금씩 불편함을 감내 해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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