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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새로운 ‘코믹 액션 버디 무비’ 시리즈를 꿈꾼다

‘나이스 가이즈’를 보고

‘아이언맨 3’ (2013)으로 세계적인 성가를 높인 셰인 블랙 감독. 그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콤비로 등장하는 ‘버디 무비’와 관계가 깊다. 그의 첫 시나리오는 ‘버디 무비’의 대명사가 된, 멜 깁슨, 대니 글로버 콤비의 ‘리썰 웨폰’ (1987)이었고,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발 킬머 주연의 ‘키스 키스 뱅뱅’ (2005)이었다. 새로 발표한 ‘나이스 가이즈’ (The Nice Guys)는 ‘리썰 웨폰’의 뒤를 이을 코믹 액션 캅 버디 무비 시리즈가 될 것을 기대한다.

‘글래디에이터’ (2000)의 러셀 크로우와 현재 할리우드의 대세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라이언 고슬링이 콤비를 이루어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청부폭력배 잭슨 (러셀 크로우 분)은 아멜리아 (마가렛 퀄리 분)라는 아가씨의 의뢰를 받고 그녀를 좇는 남자들을 손봐 주기로 한다. 한편 명색이 사설탐정인 홀랜드 (라이언 고슬링 분)는 한 노부인의 요청에 따라 포르노 배우인 그녀의 조카딸을 찾아나선다. 와중에 오해가 생겨 잭슨이 홀랜드를 흠씬 두들겨 패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아멜리아를 좇는 자들이 따로 있다는 걸 곧 알게 된 잭슨은 홀랜드의 도움이 필요해 그를 고용한다. 둘이 아멜리아 건을 조사해 가면서 포르노 영화계가 연루돼 있고, 더 나아가 ‘빅 3’ 자동차 회사들의 비리가 배후에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정의와는 거리가 있고 전문성도 희박한 두 사람이 본의 아니게 거대한 음모 속으로 빠져들면서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벌인다. 그 중심에는 뜻밖에도 열 세 살 난 홀랜드의 딸 홀리 (앵거리 라이스 분)가 있다. 철이 덜난 듯한 두 어른 사이에서 돌파구 또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감당한다. 똘똘하고 천사 같은 심성을 지닌 반면에, 입엔 비속어를 달고 사는 두 얼굴을 가진 꼬마 숙녀다.



R 등급 영화답게 걸진 대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데 영화의 분위기 및 두 주연배우들의 허당 연기가 잘 어우러져 관객들의 고소한 웃음을 쉴 새 없이 자아낸다.

한국에선 자막을 너무 심하게 의역해 영화 보는 맛을 반감시켰다고 전해진다. 거의 ‘번역은 반역이다’ 라는 말을 실감케 한 듯.

이 영화는 강렬하고 스피디한 액션을 내세우지도,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붓지도 않는다. 심오한 메시지가 복잡한 플롯에 실려있는 것도 아니고, 포복절도할 정도의 코미디도 아니다. 영웅은 커녕, 오히려 찌질한 두 인물이 본의아니게 상황에 끌려 사건에 휘말린다. 깔끔한 대응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깨알같은 재미와 그럴 듯한 비주얼은 계속해서 제공되지만, 결말조차 허무하다.

그래도 속편 제작을 염두엔 둔 듯,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캐리커처가 들어간 신문광고를 보여주는데,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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