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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시카고에서도 뜸 들이게 된다

김인규의 주위를 둘러보니

집 사람이 어깨 수술 후 매주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물리치료에 사용하는 기구와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치료사들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다. 몇 주 전에는 집 사람을 담당하는 물리치료사의 사무실에서 부항 기구를 발견했다. 다소 의외란 생각에 웬 것이냐고 물어보았더니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직접 주문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부항기를 자주 사용해보았기에 물리 치료사란 전문 의료인에게 주제넘게 훈수(?)를 떠는 건방을 떨기도 했다.

지난번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몸에 남아있는 부항 시술 자국을 보여 주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 두 가지는 미국인들이 새로운 문물에 대한 수용성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실감케 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의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 방법인 부항을 올림픽을 앞두고, 그것도 몸 수십 군데 시술한 점은 확신과 배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펠프스로 인해 부항 자체는 물론이고 부항이 속한 동양 의학에 대한 관심도 새삼 증폭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이러한 시기에 부항 이상으로 효과가 뛰어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뜸을 활용한 건강 강좌가 오는 9월3일 오전 11시 시카고 중앙일보 강당에서 열리게 돼 주목받고 있다. LA에서 침 뜸 전문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강병선 원장이 직접 시카고를 방문, 강의하며 특정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침 뜸 자리도 처방해줄 예정이다.

강병선 원장은 한국 뜸의 대명사 ‘무극 보양 뜸’의 구당(灸堂) 김남수(101)씨의 애제자란 사실 역시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구당은 초고령에도 불구하고 한국내는 물론이고 오는 9월11일에는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건강 강좌에 강사로 나설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는 수많은 유명인을 치료하고 난치병을 고친 ‘무극 보양 뜸’을 자신에게도 적용, 건강관리를 해왔기에 가능했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구당은 ‘무자격 의료’ 논란으로 상당 기간 비난과 고통을 받아왔다. 침을 놓을 수 있는 ‘침사(鍼士)’ 자격은 1943년 획득했지만, 뜸을 뜨는 ‘구사(灸士)’ 자격은 없다는 이유로 2008년 고발당했다. 검찰은 구당의 뜸 시술을 불법 의료 행위로 보고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처벌은 면해주는 것)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그의 시술이 사회 통념상 용인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구당은 2003년에는 인터넷 침 뜸 학습센터 설립을 허가해달라며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은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2011년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구당은 지난 10일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침 뜸 교육시설 설치를 승인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구당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로써 구당은 무자격 의료 시술 논란에서 벗어난 데 이어 뜸 교육기관을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으로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9월3일 시카고 중앙일보에서 침 뜸 건강 강좌를 갖는 강 원장 역시 스승의 이번 대법원 승소 판결에 고무돼있다. 그간 구당에게 가해졌던 일부 부정적 시선과 제한된 운신이 개선되면 강 원장 역시 활동 영역을 보다 광범위하게 펼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들은 대부분 한의학이라면 한약 처방이나 침술 치료가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뜸을 제대로 알거나 직접 경험해본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질환 치료 효과를 두고 ‘일구 이침 삼약’(一灸 二針 三藥)이라는 말이 있어왔다. 이는 구(灸) 즉 뜸이 병을 고치는 데 가장 앞서고 침술은 두 번째, 약 처방은 세 번째란 의미다.

이번 강좌를 통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 뜸 자리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시카고 주변에도 뜸 치료가 보편화하기를 기대한다.


kik04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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