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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애완동물' vs '반려동물'

[LA중앙일보] 발행 2007/02/2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7/02/21 17:41

장칠봉 수의사

사람이 동물과 가까이 지내게 됨으로써 삶의 보람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를 우린 자주 듣는다.

동물이 활력을 넣어주고 생을 되찾게 해준다는 의학 증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이라기 보다는 반려동물로 부르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애완동물이라면 인간소유란 개념이 강한 반면 반려동물은 인간동반자이고 동급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대한수의사회)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부르기로 최근 정했다. 그러나 미국(미국수의사회)에서는 반려동물로 분류되는 것을 반대하며 그대로 애완동물이다. 보신탕을 즐겨 먹는 한국사람 보다 미국사람들이 오래전 부터 개와 고양이를 더 인간적으로 대했다. 그런데도 동물의사인 미국수의사들이 앞장서서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도 미국사람들이 소송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임상수의사들은 현실적으로 치료비를 (애완동물환자는 동물취급해서) 낮게 받지만 혹 치료실수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때 (반려동물환자는 인간대접해서) 높게 지불해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화기 건너 깁슨 할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왕진요청을 했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까지 동물을 데리고 올 수 없어 왕진료를 더 지불하더라도 동물을 보살펴 주시는 단골 고객이다. 이 백인 할머니는 고양이 두마리와 '테피'라 부르는 늙은 누렁이 개와 같이 살고 있었다.

전에 울혈성 심장기능저하란 만성심장질환 진단으로 집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테피가 더욱 이상해졌다는 것이었다.

급히 차를 몰고 가서 할머니의 아파트 문을 여러차례 두들겨 보아도 집안에서 새어 나오는 TV소리만 들릴 뿐 반응이 없었다.

햇볕드는 양지 창문쪽 소파에 앉자 TV에 시선을 두고 있던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만 들고선 힘없이 나를 맞았다. 테피는 할머니 곁에 누워 숨쉬기 힘든 표정으로 지쳐 있었고 수의사의 침입에 놀란 고양이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펄쩍펄쩍 난리가 났다.

테피를 검진해 보니 전보다 훨씬 악화되어 있었다. 합병증이 다른 장기까지 번져 며칠을 넘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전에 처방해준 약을 빠지지 않고 시간 맞혀 먹였다오." 진찰을 하고 있는 동안 할머니는 묻지도 않은 답을 했다. 문득 할머니의 걱정스런 얼굴을 들여다 보니 허탈감에 빠져 있는 할머니의 건강 역시 염려스러워 졌다.

테피는 내가 데리고 가서 입원시킬테니 할머니도 의사한테 가보시라고 말해보았지만 "뭐 가봐야 뻔하다오 똑같은 소리만 듣고 온다오." 개와 같이 있겠다고 하였다.

"이 녀석만이라도 살았으면 한다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라오." 할머니는 같이 사는 동물을 자식이라고 스스럼 없이 불렀다.

개가 죽으면 할머니도 돌아 가실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불현듯 가슴에 와 닿았다. 어쩌면 이번 방문치료가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몰라 한국에서 어른에게 작별인사하듯 절을 넙죽했다.

평생 처음 받아보는 중년 한국인 (당시 나는 40대 초반이었다)의 인사법에 의아한 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노파의 얼굴이 '마지막 잎새'가 되어 나의 마음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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