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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전투기 무게 줄이기'서 배우는 경제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2차 대전 중 미국의 전쟁수행을 돕기 위한 통계연구그룹(SRG·Statistical Research Group)이 있었다.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와 유사한 기관인데 맨해튼은 무기를 만드는 연구기관이었고, SRG는 수리적 방법을 연구한 기관이었다.

당시 SRG에게 전투기의 최적 무장에 관한 연구요구가 들어왔다. 전투기는 총탄에 대한 무장을 많이 하면 격추의 위험이 주는 대신 비행기의 무게가 올라가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 그래서 격추의 위험을 줄이는 한편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는 무장에 관한 연구가 SRG에 부과된 프로젝트였다.

이 연구를 위해 군에서 전투에 참전한 비행기를 검사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르면 비행기가 총알을 맞는 부위가 골고루 퍼져있지 않고 더 많은 총알을 맞는 부분과 덜 맞는 부분이 있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총탄을 맞은 부분을 보완하고 적게 맞은 부분은 놔두는 식의 해결을 기대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나왔다. SRG의 연구원 중에 가장 뛰어난 인물로 인정받던 동유럽 출신 유대인인 에이브러햄 왈드가 제시한 답이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수학의 자질을 보여준 왈드는 복잡하면서 모호한 현상을 확실한 수학적 모델로 만드는 데 최고의 능력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왈드는 총알이 많이 맞는 데보다도 가장 적게 맞은 엔진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왈드는 엔진에 총알 자국이 가장 적은 이유로 엔진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대부분 추락했기 때문에 비행기가 돌아오지 않아 총알 자국이 많이 남지 않는다는 추론을 제시했다. 반대로 총알 자국이 많은 부분은 총알을 맞아도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유추가 가능한 것이다.

만약 왈드의 지적이 없었다면 무장보완은 총알이 가장 많은 몸체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격추의 위험은 줄지 않으면서 비행기 무게만 올라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 뻔하다. 이 왈드의 SRG 비행기 사례는 제대로 통찰하지 못하면 상식적으로 그럴 듯한 해결책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원의 낭비만 가져오는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 후보의 경제정책 중 경제적으로 우리 한인에게 민감한 사안이 자유무역주의의 확장이냐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냐의 결정이다.

이 논쟁의 주장은 자유주의 무역이 미국의 일자리를 줄여 미국 중산층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이 토론을 보면 왈드의 비행기 사례가 떠오른다. 과연 이들 후보가 말하는,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 후보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 집단에서 주장하는 바가 정확한 원인을 지적하는 것일가에 대한 의문이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시장개방 정책 특히,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데 무슨 일자리가 없어졌는가를 들어보면 한 편에 치우친 감을 지울 수 없다. 제조업이 줄어들었다고 하면 대신 늘어난 교역량으로 무역, 운송, 서비스 업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없었을까.

반대로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편에서는 협정으로 교역량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원래 협정이 없었어도 인구와 기술의 발전으로 그냥 늘어났을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복합적 연구를 다 반영하지 않고 각자의 주장에 맞는 통계만 가져다 자기식으로 해석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고 하는 면이 다분히 있다. 하기야 원래 정치란 그런 거니까라고 넘어가면 되지만 자칫 전투기에 치명적이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인기인이 아니라 왈드와 같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정확한 해결책을 내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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