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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홈리스 여대생의 꿈

[LA중앙일보] 발행 2016/08/3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8/30 23:03

김완신/논설실장

'학교 강의가 끝나면 급히 버스나 전철역으로 뛰어 간다. 차를 못 타면 저녁 6시45분까지가 통행금지인 여성 셸터에 들어갈 수가 없다. 어렵게 얻은 셸터의 규정을 어기면 엄마와 함께 거리로 쫓겨나야만 한다. 어떤 날은 잠잘 곳이 없어 버스를 타고 밤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한번은 병원 영안실에서 밤을 보냈다. 대학을 그만 두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가난과 슬픔, 실망과 좌절의 유일한 도피처가 대학이기에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LA타임스가 지난 26일자에 소개한 캘스테이트롱비치에 재학하는 '홈리스' 여대생 셸브 캔들러의 이야기다. 홈리스는 집도 직업도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홈리스의 의미를 '정기적으로 편안하게 거주할 곳이 없는 상태'로 확대하면 캔들러도 이에 속한다.

최근 들어 홈리스 대학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홈리스 조사는 거의 없었다. 중산층과 부유층의 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관심의 사각지대였던 캠퍼스 홈리스 실태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재정보조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연방무료학자금지원서(FAFSA)를 통해 추산한 결과, 전국에서 약 5만8000명의 대학생이 홈리스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다. 거주공간이 없어 차량 또는 공공 셸터에서 잠을 자고, 학교 체육관에서 샤워를 하는 학생들이다. 대부분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서너 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학비가 저렴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캘스테이트 계열 대학은 대략 10명 중 1명이 '준 홈리스' 생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당국은 이들 학생들에게 '고정적인 잠자리'가 없지만 도움은 전무한 상태라고 한다.

홈리스까지는 아니지만 먹을 것을 걱정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더 많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들을 위해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 자료에 따르면 2007년까지 전국적으로 1곳에 불과했던 대학 푸드뱅크가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121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사회경제학자들은 가난을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교육을 꼽는다. 신분제가 없는 산업화 사회에서 고등교육을 통한 학위 취득이나 기술 습득은 경제활동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이 돼야 할 교육도 원천적인 차별은 존재한다.

장기불황이 시작된 2008년 이후 빈부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헤킨저 리포트가 연방정부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빈부격차는 대학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부유층의 졸업률이 저소득층 학생보다 24배 높았다.

코넬 대학의 정치학 교수 수전 메틀러는 저서 '불공정의 학위'에서 미국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대학교육의 혜택이 상류층에 집중되는 현상을 새로운 '카스트 제도'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학교육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아메리칸드림으로 가는 통로였다. 1890년대에는 공립대 건립지원을 위해 정부가 토지를 무상 제공하는 '모릴 법'을 제정해 많은 학생이 적은 비용으로 대학교육을 받도록 했고, G. I. 빌을 통해 2차대전 참전 제대군인들에게 대학교육 혜택을 제공했다. 연방정부 재정보조인 펠 그랜트는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대학 문을 열어주었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미국의 저소득층 학위취득 비율은 1980년을 기점으로 계속 줄고 있다. 학비는 저소득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을 넘었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대학교육 기회'는 전설이 됐다.

도심에 홈리스가 넘쳐도 대학은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리에도, 캠퍼스에도 아메리칸드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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