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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짧은 편지]첼로 무반주 조곡과 파블로 카잘스

이영은/첼리스트

1890년 어느 날, 열 세 살의 한 아이가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작고 오래된 중고 서점에서 악보 한 권을 찾는다. 그날의 사건은 그 아이의 일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음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 아이는 후일 한 세기를 대표하는 스페인의 저명한 첼리스트가 된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였고, 그 악보는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J.S 바하의 ‘첼로 무반주 조곡’(Cello Suites by J.S Bach)이었다.

첼로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은 바하의 첼로 무반주 조곡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첼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여섯 개 첼로 무반주 조곡 중 적어도 한 곡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며, 첼로를 배운다면 한 번쯤 연주해 보고 싶은 곡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올라나 기타로도 흔히 연주될 정도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며, 첼로 학도들에게는 꼭 연주해야 할 입문서 같은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바하가 쾨텐 궁정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당시에 작곡된 곡으로, 여섯 개의 각 조곡은 각각 전주곡 (Prelude)과 춤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존하는 메뉴스크립트(manuscript, 손으로 그려진 원본 악보)는 바하의 부인인 안나 막달레나 바하의 것으로, 구체적인 해석의 방향은 표기되어있지 않다. 이 곡은 여러 개의 보이스가 단선율 안에 어우러져 있으며, 자세한 표기가 되어있지 않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저명한 첼리스트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곡을 해석한다. 1707년에서 1712년 사이에 여섯 곡 모두 작곡되었지만, 20세기에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발표되기 전까지 이 곡은 널리 연주되지 않았다. 작곡 직후부터 널리 연주되었던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나 파르티타와 같은 바하의 다른 무반주 곡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연습곡과 같은 테크닉의 난이도와 곡의 해석 어려움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점에서 이러한 첼로 무반주 조곡 악보를 찾은 13살의 파블로 카잘스는 매우 기뻤을 것이다. 피아노를 먼저 배웠던 그는, 바하의 피아노 연주곡인 ‘평균율’(The Well Tempered Clavier by J.S Bach)을 통해 바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서점에서 찾은 이 첼로 무반주 조곡을 오랜 시간 꾸준히 연습하여 26살 때 처음으로 관객들 앞에서 발표하였으며, 1939년 바하의 첼로 무반주 조곡 전곡의 앨범을 발매하였다. 이는 200년 전 바하가 작곡한 이후 처음으로 전곡이 연주되고 발매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만약 1890년 그날, 파블로 카잘스가 고서점에서 악보를 찾지 못했다면, 이 대곡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바하의 첼로 무반주 조곡은 지금처럼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훌륭한 첼리스트들의 바하 앨범이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한 바하 앨범을 한번 들어보기를 권유한다. 오래된 느낌의 음질과 함께 카잘스의 해석이 묻어나온 1939년의 앨범은 요즘과 같이 선선해진 가을 날씨와 무척 잘 어울릴 것이다.
 
*이영은 첼리스트는 피바디 음대 석박사, 현재 럿거스대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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