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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고어와 체니

김완신 문화부장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경연장이었다기 보다는 뜻깊은 수상이 화제가 됐었다.

그중의 하나가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의 수상이었다. 이 작품은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주제가상을 받아 그동안 고어의 후광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에서 일약 아카데미가 작품성을 인정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불편한 진실'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개최했던 강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것도 그다지 흥미로울 것 같지 않은 환경보호를 주제로 만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24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2000년 대선에서 고어는 현직 조지 부시 대통령과 경합해 더 많은 득표수를 얻었으면서도 법원의 판결에 의해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다. 당시 고어는 법원의 판결에 반기를 들 수도 있었지만 국가가 분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판결에 순응했다.



그후 민주당이 내세울 만한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주위로부터 대선주자로 나설 것을 요청 받았으나 그는 "2000년 대선의 악몽을 재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좋은 선례가 아니다"며 정계를 떠났다.

정계를 등진 고어는 그후 환경운동에 더욱 전념했다. 인정하기 힘든 법원 판결로 안타깝게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였던 용기와 깨끗한 이미지는 그의 환경운동에 힘을 실어 주었다.

'불편한 진실'의 오스카상 수상을 두고 AP통신 등의 언론에서는 고어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이번 수상을 통해 진정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에 승복하고 정치판을 떠났던 고어는 '불편한 진실'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인이 주목하는 환경운동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런데 고어의 수상소식이 전해진 이틀후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을 타겟으로 한 자살 폭탄 테러가 있었다. 이 폭발사고로 한국 장병을 비롯해 최소 23명의 미군과 민간인들이 사망했고 다수가 부상을 당했다. 체니를 겨냥한 테러에 수십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또한 같은 날 한국에서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모 후보의 측근이 "그때 가봐야겠지만 국민의 여망이 높으면 (그가) 다시 출마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정치란 폭탄이 터져 수십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어도 신의를 손바닥 뒤집듯이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어도 결코 떠나기 어려운 매력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아쉬운 정치인들 보다는 그 자리에 없어야만 하는데 굳세게 자리를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더 많아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다.

고어는 2000년 대선의 불운이 잊혀져갈 무렵에 다시금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미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번 수상을 계기로 고어를 차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세우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고어는 이전에 밝혔듯이 "정치에 다시 나설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다. 다툼과 불신으로 얼룩진 정치를 뒤로 하고 푸른 하늘을 지향하며 맑은 공기를 호흡하자는 고어의 외침은 정치의 풍진에서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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