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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블루컷 산불에 답지한 온정

김형재/사회부 기자

지난 달 16일 발생한 카혼패스 '블루컷' 산불. 이틀 만에 약 3만 에이커가 불에 탔다. 피해는 막심했다. 주택 약 105채, 임시건물 등 건축물 약 200채가 부분 또는 전소됐다.

블루컷 산불 소식을 접하고 필랜 지역 등의 한인 농장주가 떠올랐다. "15번과 138번이 만나는 산간지역이라 한국하고 날씨가 비슷해요. 우리가 매실을 수확한다니까요." "각종 과실수 묘목이 잘 자랍니다. LA와 OC에서 과일나무 키우는 방법을 배우러 와요."

한 시간 남짓 운전해 LA까지 인터뷰 왔던 이들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민 후 제2 인생을 농부로 전향한 이들도 많았다. 산간지역에 집을 짓고 거친 땅을 농지로 가꿨다는 긍지를 숨기지 않았다.

5년째 극심한 가뭄을 탓해야 할까. 블루컷 산불은 갑자기 발생했다. 거대한 화마는 한인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웨스트 카혼밸리 지역을 휩쓸었다. 하루아침에 살던 집이 없어지고 피땀 흘려 가꾼 각종 과실수도 생기를 잃었다.



큰 어려움을 당한 사람은 기자를 싫어할 때가 많다. 속이 문드러지는데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달가울 리 없다. 그래도 직업인지라 그들의 소식을 알려야 했다.

그렇게 끝날 듯한 산불 소식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인랜드 한 재활용 업체 대표는 선뜻 2만 달러를 내놓았다. 직원 20여 명을 둔 소기업 대표는 추후 3만 달러를 더 기부하겠다고 전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말만 남겼다.

LA·OC·샌디에이고·인랜드 한인회, 미주총연서남부연합회도 모처럼 뭉쳤다. 남가주한인회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로라 전 LA한인회장)를 결성해 한인 이재민 돕기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한인사회 대표 아닌 대표란 지적도 받았지만, 이번에는 잘한다는 칭찬이 나왔다.

남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느끼고 도움을 주는 이들. 사건사고에 무뎌진 기자로서 한 대 맞은 느낌이 늘 든다. 도움의 의미를 찾으려고 접근했다. 구호품과 성금을 낸 기부자는 "마음이 아프지 않아요? 그냥 돕고 싶으니까…"라고만 한다.

친구 2명과 라면 15박스를 가져온 70대 할머니, 김치 100통을 마련한 중년 남성, 속옷과 양말 등을 챙겨온 주부, 화재현장 복구 때 눈 다치지 말라며 보호 안경을 바리바리 싸온 한 노인. 마음 씀씀이가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한인 이재민은 동포의 온정에 감사를 전했다. 남가주한인회비상대책위원회 구호대책 창구인 빅토밸리 한인회 김명남 회장은 구호품과 성금의 투명한 집행을 약속했다.

자신의 주택도 전소된 김 회장은 "LA 등 많은 분이 구호품과 성금을 보내주시고 있다. 피해를 본 분들이 경황이 없는데 당장 먹고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한인은 구호품과 성금 배분 투명성을 의심하며 분란을 일으키려는 모습이다. 구호대책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성을 서로 주장하는 단체도 생겼다. 산불로 상처받은 마음을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블루컷 산불은 자연재해다. 우리는 자연재해에 무력하지만 대응은 달리할 수 있다. 한인사회는 이재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호응했다. 피해지역 한인사회는 재해 앞에 인간의 욕심을 잠시 누를 때다. 불신과 반목은 접고 이재민 구호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인사회 온정과 후원에 찬물을 끼얹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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