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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애완견도 천국간다?

[LA중앙일보] 발행 2007/03/06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7/03/05 17:51

장칠봉 수의사

"나도 나중에 죽으면 먼저 저 세상에 간 미스터와 같이 다시 살 것을 믿습니다." '미스터'는 나의 병원환견인 단골고객이었다. 나이는 개 나이로 14세(사람나이로 대강 80세 정도)이고 심각한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했고 비만인 골든 레트리브 종이었다.

미스터 주인 크라크씨는 죽은 개를 안고 와서 화장을 부탁하며 계속 울먹였다. 크라크씨는 미스터의 영혼은 틀림없이 천당에 갔다면서 미스터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미스터는 관절통 특히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매일 복용하였지만 걷기가 무척 힘들어 이층으로 올라간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 아침 아래층 응접실에만 맴돌던 미스터가 계단 타고 올라와 크라크씨의 방문을 슬며시 밀고 들어와서 느닷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크라크씨 부부에게 차례로 키스를 했다. 혓바닥으로 주인 얼굴을 핥고선 한참동안 침대곁에서 이들 부부를 슬픈 눈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옆방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도 똑같이 키스하고 또 무언의 인사를 하고는 아랫층으로 내려 갔다는 것이었다.

"거참 이상하다. 거동이 불편해 아래층에만 있던 녀석이 오늘은 웬일인가?" 잠시 후 크라크씨도 아래층에 내려가 보았다.

미스터는 턱을 바닥에 고이고 자는 듯이 평화스럽게 죽어 있었다. 죽기전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안간힘으로 이층으로 올라가서 정든 사람들과 마지막 키스를 한 후 세상을 하직하였다란 얘기다.

수양을 많이 한 고승들은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를 알고 그때가 되면 주위를 정리한 후 조용히 눈을 감는다란 고사를 많이 듣는다. 미스터도 죽을 시간을 알고 세상사를 정리한 후 죽은 것일까.

동물이 죽어서 동물의 영혼이 천당가는지 지옥가는지 또는 연옥에서 헤메는지 수의사로서는 대답할 성질이 못된다. 사람의 영혼을 인정한다면 동물의 영혼도 존재하는가에 대해 수의학 책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강조한다. 사람도 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고 개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하니 언젠가 크라크씨의 희망대로 미스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독교에서는 의견일치는 아니지만 대체로 부정적이다.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의 공통된 의견은 "동물에겐 영혼이 없으니 저세상(천당)에서 다시 만날 수 없다"고 한다. 반면 일부 성서학자들는 "영혼을 칭하는 희랍어 Pneuma는 동물에도 있음을 성경 여러군데에서 읽을 수 있기에 동물영혼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다"고 달리 설명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죽음의 대상은 애완동물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동물이 죽을 때 그 동물을 훗날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미스터가 죽기까지의 행동과 사인을 수의사입장에서 설명한다면 우리집 개 '고장'도 소변이 마려우면 자고있는 나를 깨운다. 잠시 내 눈치를 보고선 내가 일어날 낌새가 없으면 옆에 자는 아내에게 똑같이 반복한다. 오랫동안 진통제 복용을 한 미스터는 심장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층계를 오르내리다가 심장마비가 온 것 같다. 그러나 슬퍼하는 가족에게 이같은 사인은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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