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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도돌이표' 신앙생활

김정국 골롬바노 신부 / 성 크리스토퍼 성당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큰 도전은 고통의 의미와 맞서는 일인 것 같다. 복음에 따라 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에서도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마태 10, 37)."는 예수님 말씀은 바로 이런 요구를 담고 있다. 예수님은 고통을 관통하여 도달하게 되는 구원의 길을 가르치시고 또 몸소 삶과 죽음으로 그 길을 보여주고자 하셨다.

세상에 고통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도 십자가를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앙인에게도 고통을 가로질러 도달해야 하는 어려운 길은 별 인기가 없다. 손쉽고 값싼 행복을 파는 가게에만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 세태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그저 닥친 불행을 피하고자 "주님, 어서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하고 기도한다.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매달린다. 그런데 이런 '모면의 기도'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머물고 만다. 다시 고통이 다가올 때, 그때에만 기도가 간절해지고 일단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게 되면 간절함은 곧 잊히고 만다. 또다시 얼마 후 새로운 고통을 맞으면 그저 다시 같은 것을 청하는 그저 '도돌이표' 신앙생활을 살아갈 뿐이다.

한 사람이 고통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성장과 성숙을 이루느냐가 아니냐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심리치료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 스스로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한다. 그러니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치료도 없다. 치료사는 환자가 고통을 직면하도록 유도하고 환자는 이를 피하려고 치료사와 맞서기도 하면서 치료 과정이 진행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고통에 의해 일그러진 시간을 회상하기를 바라지 않는데 치료사는 그 기억을 떠올려 바라보도록 조언하고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 영적 성장의 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우리가 큰 고통의 시간을 맞을 때 "주님, 제게 닥친 이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단지 고통의 순간을 벗어나고자 십자가를 치워 달라고 간절히 매달린다. 그런데 항상 모면하고자 하는 기도에만 머물러 있다면 내적 성장과 치유 역시 계속 미루어지게 되고 만다.



우리 인생에서 고통의 의미를 알고 진정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기 위해서 '수용의 기도'를 배워야 한다. 내적 성장이 고통을 동반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도 지독한 고통에 못 이겨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셨다. 하지만, 곧 신뢰를 담은 '모색의 기도'를 드리셨다.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이렇게 우리가 모면의 기도를 넘어설 때, 구원에 이르는 고통의 의미를 참으로 이해하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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