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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사를 쓰는 손이 '무거운' 이유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최근 영국의 타블로이드 데일리메일과 미국의 가십 블로그 타플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성매매도 함께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멜라니아가 요구한 배상금액은 1억5000만 달러.

언뜻 보면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 같지만 사실은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멜라니아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찰스 하더'이기 때문이다.

찰스 하더는 레슬링 스타 헐크 호건을 대리해서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을 받아낸 스타 변호사다.

2012년 호건이 나오는 섹스 테이프가 고커(Gawker)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호건이 친구의 부인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는 비디오는 순식간에 퍼져나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호건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3년에 걸친 재판 끝에 승소했다. 배상금액은 1억4000만 달러였다.

하지만 돈이 헐크 호건 소송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피터 틸이 호건의 소송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피터 틸은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며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다.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는 페이팔 출신 투자자 그룹을 이끄는 수장이며 재산이 22억달러에 육박한다. 뉴욕 타임스는 피터 틸을 "실리콘 밸리에서는 신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다.

틸이 1000만 달러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호건에게 지원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과 오랜 악연이 있던 고커를 헐크 호건을 통해서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피터 틸과 고커의 악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커는 2006년 자사의 블로그 중 하나에 피터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는 피터 틸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이었다.

피터 틸은 고커가 애플의 CEO인 팀 쿡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의 성적지향을 폭로하거나 호건과 같은 유명인의 섹스 테이프를 공개하는 식으로 '자신과 친구들'을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복수는 성공적이었다. 고커는 배상금 때문에 파산했다.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두 소송에는 찰스 하더라는 변호사 이외에도 비슷한 점이 있다. 피터 틸이나 멜라니아 트럼프 같이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개인이 자신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한 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언뜻 보면 개인의 복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나 틸은 한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신들의 소송은 '근거 없는 악의적인 보도로 피해를 입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이나 권력을 통해서 개인이 언론을 조종하고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정보가 광속으로 유통되고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 모든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언론의 기사가 너무나도 빠르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파급력은 더 커졌다.

기자가 쓴 글은 누군가에게 1억5000만 달러의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시대. 혹은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시대. 타자를 치는 손은 무거워질 수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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