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만남'에 대하여

수잔 정 자유기고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고 노래한 사람의 진실을 나는 알듯하다. 우연의 만남 따위야 곧 잊혀질 테니까…. 진정한 만남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살맛나게 하는 것은 없을 듯하다. 결혼생활의 배우자나 직장 동료들처럼 오래 계속되는 만남도 있다. 그러나 스치고 지나간다고 해서 어디 그것을 참된 만남이라 할 수 있을까? 지난 20여년을 한 클리닉에서 일하면서도 진정한 만남을 경험하지 못한 동료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타인이다.

한 귀한 만남이 생각난다. 의과대학 선배인 닥터 문이 휠체어에 앉아 강단에서 인사말을 하는 순간이었다. 천여명 사이에 앉아 있는 나와의 만남을 이 선배는 알 리가 없었겠지만 나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이었다.

성실한 학창 생활을 마치고 그녀는 미국에 수련의로 온지 얼마되지 않아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척추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채 수련의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자신처럼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재활의학 전문의가 됐다.

그 시절 척박한 한국의 현실에 부딪치며 고국에서의 사명을 꿈꾸고 귀향을 시도했었다. 그 후 되돌아온 미국 땅 버지니아에서 그녀는 청춘의 열정을 봉사와 천직에 바쳤다고 한다. 그 대가로 받은 많은 액수의 재산을 자신의 사춘기를 성장시켜준 고등학교에 희사했다.



그리고 주위의 많은 불행한 젊은이들에게 역경을 이겨나가면서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보여줬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물론 나의 마음속으로만) 그녀를 '만났고' 그 감격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13년전 이곳 LA뮤직센터 무대에서 연주를 하던 정경화씨와의 '만남' 처럼…. 그녀의 바이올린을 통해서 예술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인간을 천상으로까지 끌어올리는지를 터득했다. 그녀는 청중과의 만남을 귀하게 여기는 듯 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절정의 만남'을 선물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면 그래서 나는 생생한 환희를 느낀다. 재회의 기쁨으로 말이다.

또 다른 만남 -. 나의 동기였던 이 외과의사는 열심히 개업의로 일하면서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즐거웠단다. 그러나 갑자기 당한 중풍으로 몇년 전부터 거동이 힘들게 됐다. 그런 상태에서도 그는 다른 멀쩡한(?) 동기 의사들을 격려해서 다같이 지난 가을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다시 만났다. 열여덟 철부지 시절에 의예과에서 만났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며 헤어진 지 30여년 만이였다.

이 새로운(?) 만남은 나에게 앞으로의 살아갈 길을 보여줬다. 중풍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던 나의 동창은 자신의 사재로 넓은 체육관 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다른 중풍 환자들이나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줬다. 운동하는 식구가 늘수록 그의 기쁨은 커졌고 자기 자신의 운동량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힘든 비행기 여행이나 학회 행사를 빠지지 않고 열성적으로 참석한다. 물론 자신의 오른팔과 다리 몫을 해주는 부인과 함께…. 헤어지던 날 그의 부인이 자신이 녹음한 CD를 선물로 줬다. 많은 사랑의 노래가 수록돼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금 이 부부의 사는 모습을 되새긴다. 이런 많은 '만남'이 가능한 나의 인생에 다시 한 번 축배를 들면서!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